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한 정부의 지침을 두고 “‘사고’ 또는 ‘사망자’는 최대한 무색투명한 용어를 쓰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며 “‘참사’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부실 대처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비참한 사고라고 생각하면 줄여서 ‘참사’”라며 “우리가 느끼는 감성, 어떤 평가 이런 것을 가미한 표현은 ‘참사’ 또는 ‘희생자’ 이런 표현이 (맞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피해자·희생자’는 ‘사망자’라고 표기하라는 지침에 대해 “중립적인 표현일 뿐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난 관련 용어는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굉장히 많은 기관이 협업하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또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박 정책관은 “(이태원 같은 유명한 관광지) 지명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에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준다”며 “관광객들이 가기 꺼려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태원 사고’로 하자고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이런 설명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위원장은 또 ‘주최자가 없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고’라는 태도를 보인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번 참사를 인재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한 그는 “(이번 참사로) 주최자가 없고 관리 책임자가 없는 경우야말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책임 주체라는 걸 확실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정부의 대응을 두고)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허술했었나,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인가, 놀라고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도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직권조사 발동을 검토할 의사가 있느냐’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내부 검토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