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이태원 참사 당일 광화문에서 열린 정권 퇴진 집회 탓에 경찰력이 그쪽에 쏠려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보수, 진보 집회가 동시에 열린데다, 이들 집회가 모두 참사 2시간여 전에 마무리 됐음에도, 정부 쪽의 부실 대응을 가리려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비대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10월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 대회가 열렸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집회에 ‘이심민심’이라는 단체가 최대 81대의 버스를 동원했다. 민주당 조직도 전국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면서 참가자를 동원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이 질서유지에 투입됐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 따른 경찰 병력 투입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인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심민심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은 사람”이라며 “그가 일한 텔레그램 1번방에 송영길 전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현역의원이 최소 10명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정권 퇴진 운동 전문 정당이냐”라며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로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께 사과하라”라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까지 행진한 제12차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는 오후 8시10분께 끝났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도 오후 4시부터 삼각지역 인근에서 민주노총과 촛불행동 등을 규탄하는 맞불집회를 열었으나 퇴진 집회와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날 경찰기동대 등 70개 부대를 집회·시위 관리에 집중 배치했지만, 핼러윈과 관련해서는 이태원에 부대 배치를 계획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 137명 가운데 마약 단속 인력 50명에 더해 생활안전(9명), 112(4명), 외사(2명), 여성청소년(4명) 등 사복경찰이 69명 투입됐고,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정복 경찰은 68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현장 안전관리보다 집회·시위 대응과 마약 단속 등에 집중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진보와 보수단체 집회가 모두 참사 발생 2시간 전에 마무리됐음에도 정 비대위원장이 사실 관계를 왜곡해 진보 쪽 집회에만 참사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보수단체도 집회신고를 냈었는데 안전문제를 이유로 보수단체 집회신고를 한동안은 또 허가를 안 했던 것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더라”라며 “29일 당일에는 일부 보수단체가 집회에 참가한 걸로 들었습니다만…”이라고 답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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