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위 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만희 의원이 7일 온라인상에서 근거 없이 떠돌고 있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폄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하며 “사안의 진실을 두고 온갖 얘기가 떠돌고 있다. 우발적 발생이란 말도 있고 불순세력 개입 얘기도 있다. 이 내용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누리집에 올라온 참사 희생자 애도 이미지와 이태원 참사 당일 핼러윈 코스프레로 각시탈을 쓴 시민들이 찍힌 사진을 함께 회의장 화면에 띄웠다. 이 의원은 이어 “민주노총에 관계된 2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윤 청장에게 물었고, 윤 청장은 “저도 방금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각시탈 코스프레를 한 시민들 사진을 가리키며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확실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중계화면 갈무리. <에스비에스> 유튜브 갈무리
각시탈을 쓴 사람들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참사 당일 현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거도 없이 이태원 참사로 숨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사진을 각시탈을 쓴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제시하며 불순세력 개입 의혹을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윤 청장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각시탈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오늘 특수본(특별수사본부) 기자 브리핑이 있었고, 이 (각시탈 인물) 사진에 대해 1차로 확인한 것을 공개했다”고 답했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본 대변인이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상 (각시탈을 쓴 사람이 뿌린 것은)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 브랜드)으로 확인했다”며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보인다.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진실을 요구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이 눈엣가시일 순 있지만 희생당한 두 분께 할 짓은 아니”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희생자를 욕보인 이만희 의원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만행을 그냥 두지 않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응징할 것”이라며 “참사 앞에서, 희생당한 이들 앞에서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며 책임지지 않으려고 벌이는 오늘의 이런 인면수심의 행태가 결국 정부와 여당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었음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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