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관계 당국 간의 혼선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는 어디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에 관한 의문은 지난 8일 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발언에서 증폭됐다.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재난 관련 보고 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 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컨트롤타워는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봐야 한다. 국정상황실에 인력도 몇명 없다. 어떻게 전체를 컨트롤하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스스로 언급했지만, 비서실장 발언은 결이 다른 발언으로 읽힌다.
김 실장이 언급한 중대본은 본부장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하고 있다. 설치 근거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으로, 참여정부 당시인 2004년에 제정됐다. 역할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과 복구 등 수습 활동의 총괄·조정이다.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2019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년)에는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명시했다. 해당 문서에는 ‘현장중심 재난대응’ 전략으로 “청와대(대통령실)의 최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되, 중대본은 범정부적 통합 대응을 위한 총괄·조정 및 지원 기능을, 재난유형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소관 분야 대응·수습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과 달리, 대통령실이 실질적으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 대통령실 조직도를 보면 비서실장 산하에 있는 국정상황실이 재난 관련 상황을 관리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안보실장 산하 안보실 2차장 지휘를 받으면서 사실상 전통적 안보 사안만을 담당한다. 이는 직전 문재인 정부 때 위기관리센터가 국가안보실장 직속으로 ‘재난재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것과 다르다. 현재 국정상황실에는 경찰·소방·해경 등에서 재난 관리 전문성을 지닌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정치권 출신 인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관리센터는 권영호 전 육군 소장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 구조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반 때와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위기관리 조직을 대통령실장 아래 ‘위기정보상황팀’으로 꾸리고, 재난 총괄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넘긴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겪으며 위기관리 허점이 노출되자 ‘국가위기관리실’로 격상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한달여 만에 국민안전처를 만들며 안전 관련 조직을 통합했으나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이 직접 “국가 중대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과 청와대”라고 밝히며 청와대 내 위기관리센터 역할을 확대 개편한 바 있다. 국정상황실 근무 경험이 있는 야권 관계자는 “국가의 최고 책임기관인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이 나서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이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 내부뿐 아니라 정부 전반에 걸쳐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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