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날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이 참사 당일 상황실이 아닌 본인 사무실에서 있었다고 밝혔다. 참사 당시 뒷짐을 지고 현장에 도착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정확한 현장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 전 과장은 “(참사 당일) 아침에 교양(직원 교육)을 하고, 사무실에서 상황대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예 112상황실을 내려가지 않고 그냥 사무실에 계속 있던 것이냐”고 묻자 류 전 과장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류 전 과장은 “다른 총경들도 그런 방식으로 상황관리를 하냐”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안다”고 답했다. 류 전 과장은 답변 도중 여러 차례 울먹였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역 인근 교통이 정체됐음에도 관용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참사 현장에 55분이 걸려 도착했던 데 대해 참사의 심각성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이전인) 밤 9시57분께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게 (핼러윈 축제 상황을) 물어봤고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까지) 뛰어가면 5분이다. 왜 한시간 동안 빙빙 돌았나”라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참사가 발생한) 그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참사가 발생한 뒤 이 전 서장이 뒷짐을 지고 걸어와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것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다”며 “그때까지 정확한 현장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핼러윈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 추가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 주무부서에서 서울경찰청 주무부서에 지원 요청을 했다. 그런데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직접 김광호 서울청장한테 기동대 요청을 하지 않았나”라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서울청장이 집회·시위 경력 부족 때문에 지원이 안 되는 걸로 재차 검토가 끝난 걸로 보고받았다. 두번이나 검토한 결과에 대해 또 건의드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정말 죄인이다. 책임 회피할 생각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그분들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갈 것”이라며 “보고체계라든지 미흡한 모든 부분에 대해 제가 다 책임지겠다. 정말 죄송스럽고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류 전 과장도 “제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분들 그리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