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경찰청은 별도의 외청이라며 “남의 살림까지 제가 챙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행안부의 경찰 통제·지휘 권한을 명확히 하겠다며 경찰국까지 신설해놓고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부실대응에 따른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남의 살림’이라며 거리를 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용산서의 업무 부담이 커지겠구나’, ‘경찰 인력 더 필요하겠구나’, ‘예산 지원 필요하겠다’ 이런 판단을 못 했나”라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경찰청만 하는 게 아니라 전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해서 그 부처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그때 저희 조직실에서 검토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챙겨야 하지 않나”라고 문 의원이 다시 묻자 “그런 것까지 내가 할 순 없다”며 “경찰청은 별도의 청으로 나가있는데, 그 조직을 하나하나 가서 남의 살림까지 제가 챙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순호 경찰국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맨 뒷자리에 앉아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하지만 올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법 34조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사무로 ‘치안’을 규정했으며 △정부조직법 7조 4항에 따라 경찰청장의 중요정책 수립에 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등 치안 관련 업무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인데 이 장관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문 의원이 “그렇게 말을 하니 빈축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장관은 ‘딴 살림론’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예산이나 조직이나 모든 게 독자적으로 수행되고 있는데 제가 거기서 무슨 따로 살림 나간 동생집에 가서 살림살듯이 뭐 하라마라 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티에프(TF) 단장을 맡는다는 이 장관에게 문 의원은 “재난안전 업무에 식견도 없고 준비도 안 된 분이 티에프 단장 맡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이 장관은 “의원님 지적사항을 명심해서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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