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여야는 참사 전후 경찰의 부실대응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반면, 야당은 그보다 윗선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1차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광호 청장을 상대로 서울경찰청이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와 마약 단속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기동대 여유 경력을 문의한 것을 보면 증인은 핼러윈데이에 매년 예측됐던 다중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자기 판단으로 (대통령) 퇴진 집회를 우선시했고 마약 관련 감시적 경찰활동에 훨씬 적극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핼러윈 축제 보도와 마약범죄 예방 관련 기사를 근거로 들면서 “저희들 입장에서는 마약과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장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경찰 무전을 통해 압사 사고 관련 대응 요청이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밤 11시께가 돼서야 상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하자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구급대를 지원해달라는 무전 내용이 밤 10시38분부터 10시58분까지 나온다. 이 내용을 들었으면 참사 발생을 벌써 알았어야 했다”고 지적하자, 이 전 서장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면서도 “상황실에 무슨 상황이 있냐고 확인했을 때 보고가 하나도 안 들어왔다. 그래서 일단 흘러가는 무전 정도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인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도 “구급차가 출동하고 압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경찰서장이 흘려들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기동대 투입 요청’ 여부를 두고는 용산서장과 서울청장의 주장이 엇갈렸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이전에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 반면, 김 청장은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참사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시 충북 제천 월악산 캠핑장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던 행적에 대해 “참사를 계기로 주말을 포함해 사생활에 대한 재정립을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그날 저녁 음주를 했냐’며 책임을 지라고 하자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고 맞섰다. ‘얼마나 마셨냐’는 질문에는 “그거까지 밝혀야 되냐”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뒤늦은 경찰 인력 투입은 현장 소방대원의 증언으로도 확인됐다. 유해진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팀원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이 많지 않았다. 제가 도착했을 때 2명 정도 봤다”며 “소방관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고,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들이 통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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