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가 진술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시간조차도 저에게는 트라우마이자 2차 가해입니다. 처음부터 국가가 투명하고 성숙하게 대처해줬다면, 저희 오빠가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는지,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면 저는 여기 있을 일도,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할 일도 전혀 없었을 텐데….”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오빠를 잃은 조경선씨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연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던 도중 결국 눈물을 흘렸다. 조씨는 “오빠 사고가 있었던 시점부터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기록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답변은 ‘연번기록이 분실돼서 신원 확인이 안 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오빠가 어떤 사고를 당한 건지, 어떤 응급조치를 받은 건지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가 국조특위에 참관인이 아닌 주요 진술자로 참석해 발언한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였다.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1명이 참석했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의 관계 공무원들이 배석했다.
유가족·생존자들은 참사 이후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참사로 동생을 잃은 서이현씨는 “(참사 다음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서 경찰에 ‘총괄 컨트롤하는 본부가 어디 있냐’고 물어봤으나 ‘현재 그런 곳은 없고 집에 가서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가족 최선미씨는 “모든 대처에 미흡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특별수사본부 설치였다”며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할 때 특수본을 설치해서 증인들이 수사 중이라는 명목으로 입을 닫게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교흥·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회의가 정회되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생존자 ㄱ씨는 지난달 12일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 참사 159번째 사망자로 인정된 사례를 언급하며 “저 역시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다”며 울컥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은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뉴스 속보가 뜰 때마다 사망자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도대체 내가 무슨 현장에 있었던 것인지 피부로 느꼈고 죄책감과 후회로 서서히 제 일상은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14일부터 서울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의 집회와 관련해 “법적으로 안 된다면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신자유연대가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집회를 하는 까닭에, 유족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수본은 13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11월24일 출범한 국조특위의 활동 기한은 오는 17일까지이지만, 이날 공청회를 끝으로 결과보고서 작성 등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간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사실상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태원 참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명백한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된 만큼 법적, 행정적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태원 참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