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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철거라뇨…” 국회추모제에서 오열한 이태원 유족들

등록 2023-02-05 14:48수정 2023-02-06 02:46

‘이태원참사’ 100일 국회추모제 찾은 유가족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가족은 시청광장 앞에서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어제 가까스로 허름한 분향소를 차렸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님, 이재명 대표님, 정진석 위원장님. 그 장소가 지금 너무 초라합니다. 내일 오후 1시까지 서울시에서 천막 (분향소를) 철거하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천막은 저희가 철거할 테니까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에서 많은 국화꽃과 카네이션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을 맞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열린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참사 희생자인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울부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유가족협의회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서울시가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며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하라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려 하면 휘발유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그의 뒤로 159명의 희생자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 연구단체인 생명안전포럼이 주관한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상인을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적 추모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이 자리에서 참사 100일이 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 실패다. 진상규명이 절실하다”며 “(그게) 우리의 트라우마를 없애고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서울광장 옆 세종대로에서 ‘참사 100일 시민 추모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및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을 한목소리로 요구한 바 있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국민의힘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국민의힘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이번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장은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며 “우리 국민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청문회 등 진상조사에 나섰던 경험을 언급하며 “정부와 집권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무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직후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 등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드렸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유가족과 미래를 바라보고,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추모사가 끝났을 때 객석에선 “사죄하세요!” “반성하세요!”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통한 진상규명과 함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희생자의 생명을 못지킨 국가는 유족의 슬픔과 고통을 방치하고 있을 따름”이라며 “권력이 아무리 감추고 외면하려 해도 정의는 반드시 회복되고 진실 또한 결국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위해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안전을 지키지 못한 행정안전부 장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최소한의 도리를 해달라”며 “그 무책임한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께서 인선 실패를 통감하고 유가족들 앞에서 정말 제대로 사과해달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독립성, 전문성, 그리고 충분한 조사기간과 유가족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독립적인 재난 조사기구로 국가에 대한 잃어버린 산뢰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추모제에선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렀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영환(민주당)·조은희(국민의힘)·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참사에 대한 국회의 약속을 담은 ‘우리의 다짐’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자각하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난 재난 예방과 현장 대응 및 수습 과정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참사의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모아 재난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제도, 정책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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