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4일 기습적으로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한 합동분향소. 채윤태 기자
이태원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둔 4일 유가족들이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서울시청 공무원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3일 오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을 지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으로 걷는 추모행진을 시작했다. 시민 2천여명이 159명의 희생자 영정사진을 든 유가족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시청 광장 앞에 도착한 추모 행렬이 도착했고, 시민대책회의가 기습적으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막아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한다”며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광화문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이 장소에 경찰이 서울시로부터 시설보호요청을 받고, 이날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분향소 설치를 원천 차단했다.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장소에서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에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천막을 불법설치 했다”며 2천명 가량 되는 시민과 유가족을 강제 해산 시도했다. 그러나 영정을 든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경찰 기동대 일부를 밀어내며 분향소를 설치할 공간을 마련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4일 기습적으로 서울도서관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 서울시 공무원들과 충돌이 발생했다. 채윤태 기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확보된 공간에 빠르게 천막과 나무판을 설치한 뒤, 희생자들의 영정을 올렸다. 경찰 기동대가 계속해서 진입을 시도하고 해산을 요구했지만,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스크럼을 짜고 저지했다. 시민들은 “경찰은 물러가라”, “핼러윈 데이에 인파가 몰렸을 땐 뭐했냐”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분향소 설치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가족, 시민들과 충돌이 발생했다. 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서울시 공무원들과 충돌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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