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8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이상민 탄핵안 가결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단희, 김도훈, 김동규, 김미정, 김보미…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8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가운데 10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희생자들은 잊히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달라고 한다”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며 이들을 호명한 것이다. 단상 밑 일부 의석에서 “뭐 하는 거냐”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김 의원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가 책임을 다했다고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관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안건 상정 자체를 반대한 국민의힘과 신속한 가결을 목표로 한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의사일정’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등 표결 전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날 예정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이 장관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민주당은 의원 전원 이름으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해, 본회의 표결에 부쳐 탄핵안 처리 순서를 앞당겼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 탄핵안을 회부해 조사를 우선 진행하자며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을 내놓고 탄핵안의 본회의 표결 저지에 나섰지만, 수적 열세(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06명, 반대 181명, 기권 2명)로 실패했다. 탄핵안의 법사위 회부를 요구하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연설이 길어지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159명을 죽여놓고 사과 한마디 없나. 사과하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재석의원 293명 중 찬성 179명으로 통과됐다. 반대 109명, 무효 5명이었다. 강창광 선임기자
탄핵안이 재석 의원 293명 중 179명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들은 곧장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국회 중앙홀 계단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탄핵안 가결처리=이재명 방탄’이라고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 등을 들고 “거대야당 슈퍼갑질 협박정치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대형트럭은 각종 흉기로 변한다. 민주당이 딱 그 짝이다”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오늘 민주당이 국회에서 저지른 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반헌법적 폭거이자 의회주의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이상민 파면 추진 행동하는 모임’ 소속 의원들도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국민의 상식을 회복시키는 판단을 해왔던 헌법재판소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0여분 정도 규탄대회를 한 뒤 다시 본회의장에 복귀해 대정부질문 질의를 이어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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