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 온 김건희 여사의 수사 가능성을 놓고 여야 간 해석이 극명히 엇갈렸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법원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결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주가조작 기간 안에 김 여사의 거래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비춰 ‘혐의가 확실해졌다’고 맞섰다. 야당이 향후 ‘김건희 특검’ 추진 등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어,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법원의 1심 선고 뒤 입장문을 내어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다”고 밝혔다. 법원이 주가조작 1단계에서 김 여사의 계좌 운용을 맡았던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한 사실을 지적하며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2009~2012년 사이 5단계로 벌어진 이 사건 범행을 2010년 10월20일을 경계로 나눠 1단계와 2단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대해 하나의 범죄로 판단했는데, 대통령실에선 법원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주가조작 1단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민의힘도 같은 논리로 “오늘 판결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거짓 프레임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판결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직접 실행했다고 주장하는 이아무개씨는 1단계 시세조종 때는 권오수 전 회장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 행위에 대해선 이후에 벌어진 다른 시세조종 행위와 포괄일죄로 볼 수 없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며 “김 여사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2∼5차 주가조작 기간(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 안에 김 여사의 거래가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해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법원이 인정한 주가조작 기간 내에 명백한 통정매매의 기록이 있고, 공판 중 김건희 여사에 대한 언급이 300여 차례 넘는다. 공소장에도 김 여사의 이름이 200번 이상 등장한다”며 “김 여사의 주가조작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의 근거가 명확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특검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공세에 나섰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검찰 수사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김 여사에 대한) 제대로 된 소환조사도 없으니 국민적으로 특검 여론이 높은 것 아니겠느냐”며 “신속한 소환조사와 오늘 유죄판결에 맞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방탄검찰’에 대한 국민적 철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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