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12일 오전 <한국방송> ‘일요진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탈당론에 탄핵론까지 이어지며 내부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친윤석열계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 쪽이 ‘안철수 대표 불가론’을 부각하기 위해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충돌 가능성을 주장하자 비윤계 후보들은 ‘당원을 상대로 한 협박을 멈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현재권력 미래권력이 부딪힐 때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우리가 자초해서 겪었다”며 “대통령 1년도 안 된 시점에 다음 대통령 나서겠다는 분이 대표가 되면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여당 대표가 되면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고 윤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것이고 탄핵으로 윤 대통령을 몰아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의 탄핵론은 지난 10일 예비경선 결과 친윤계 최고위원 후보였던 이만희·이용·박성중 의원이 줄줄이 탈락하고 친이준석계인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이 모두 살아남은 직후에 나왔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노골적인 ‘비윤 때리기’ 탓에 역풍이 불자 김 후보가 탄핵론으로 ‘친윤 표심’을 결집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의 새로운 변화와 총선 승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윤계 후보들은 김 의원 후원회장이었던 신평 변호사의 ‘윤 대통령 탈당론’과 김 의원의 탄핵론까지 모두 ‘위기감을 조장하는 협박 전략’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 변호사는 ‘안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주장해 당내 파문이 일었고 논란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김 의원이 탄핵론을 꺼내든 형국이다.
안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정신상태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고 적었고 “당원들께도 실례되는 발언”이라며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당대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청년본부 수석대변인과 함께 연 비윤계 후보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전당대회에서 왜 대통령 탈당,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코 등장해선 안 되는 얘기가 나오냐. 본인 지지율 (올리는 게) 조급해도 정치에 금도가 있다”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이준석 전 대표도 “김기현 후보는 과거 울산시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논의가 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나섰던 분”이라며 “지금 이런 식으로 협박했을 때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 이미 거기서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야권이 최근 통과시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윤 대통령을 겨눈 예행연습”이라며 자신의 탄핵론이 허황된 억측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과 결이 같은 주장을 펴며 이상민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며 “지금은 정권 초기여서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 있겠지만 대표가 되고 나면 이상민 장관 탄핵처럼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또 “윤석열은 자격이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했던 지난해 대선후보로서 안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며 “안 후보의 10년 정치 인생을 보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일이 유독 잦았는데 그런 안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또 다른 상황논리를 내세우며 윤 대통령과 반목하지 않을지 어떻게 확신하겠냐”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사진 오른쪽)이 12일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의 탄핵론이 전대 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는 미래 권력 중에 한 사람이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를 지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라며 “왜 탄핵 얘기를 꺼내나. 김 후보가 점점 수렁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전통 당원들에게는 (대통령) 탄핵이 상당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김 후보의) 메시지 수신자가 정확하고 수신자들의 트라우마를 정확하게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김 후보에겐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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