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사퇴·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사과는 민주당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조차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 위법적인 절차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위장 탈당시켜서 계속 입법할 게 아니라면 사과는 제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탈당시킨 일 등을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이 일을 두고 “그게(위장 탈당) 상식적이냐. 헌법재판소가 그래도 된다고 허용한 거라고 (민주당 의원들은) 생각하느냐”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신의 탄핵을 거론하는 것을 놓고서는 “탄핵이라는 말이 민주당 정치인들 기분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말이 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탄핵하더라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 장관은 “탄핵에는 각하 결정이 없다”며 “실제로 민주당이 저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게 된다면 그 절차 내에서 이 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법이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인지 실질적인 판단을 헌재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24일 헌재 결정 뒤에도 “민주당은 입버릇처럼 탄핵을 말해왔다.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만도 에둘러 표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헌재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많은 국민·법률가들의 생각과 같이 저는 그 결론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한 ‘헌재 결정을 두고 정부·여당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야당의 비판을 두고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자금 사건에서 노골적으로 대법원 판결 결과에 불복하고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뒤집어보려고 하는 분들이 할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를 겨냥한 것이다.
한 장관은 시행령으로 공직자·선거·방위사업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권을 되살린 것을 되돌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도대체 깡패, 마약, 무고, 위증 사건을 국민을 위해 수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시행령 개정 이후에 깡패, 마약 무고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많이 개선되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국회가 개정한 검찰청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자,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하는 등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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