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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무슨 내용 담겼길래…감사원, 전체회의 녹음파일 제출 거부

등록 2023-06-23 05:00수정 2023-06-23 11:31

서울 종로구 삼청공 감사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종로구 삼청공 감사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가 절차를 무시한 채 작성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감사원에 ‘6월1일 감사위원회의(감사위) 전체회의 녹음 파일’ 제출을 요구했으나, 감사원이 22일 최종 거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만간 감사원을 방문해, 녹음 파일 직접 청취를 시도할 예정이다.

지난 1일 감사원 감사위 전체회의에선, 전 위원장과 권익위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중징계를 받은 간부의 구명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주는 내용의 감사 결과 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 내용과 함께 감사원 사무처가 ‘기관 주의’ 처분을 요구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유권해석 보도자료 허위 작성·배포 △전 위원장 출퇴근 미준수는 전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되, 보고서에 내용을 기재하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유병호 사무총장은 언성을 높이며 심의 과정에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후 보고서는 3차례 사무처와 감사위를 오가며 문안 수정과 확인, 추가 수정 요구 과정을 거치다 감사위의 최종 확인 없이 9일 오후 공개됐다. 또한 전 위원장 사건의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열람’도 하지 않은 이 보고서를 ‘승인’한 것으로 처리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1일 전체회의 녹음 파일은, 감사위가 전 위원장 비위 의혹을 들여다본 사무처 감사 결과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최종 보고서를 어떻게 확정하기로 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힌다. 사무처가 왜 감사위 최종 확인을 건너뛰고 보고서를 공개했는지, 감사위 논의 내용이 보고서에 제대로 담겼는지, 유 사무총장이 어떤 부분에 불만을 가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 파일이 핵심”(박용진 의원)이라고 보고 감사원에 회의록과 녹음 파일을 2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감사원은 거부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회의록 제출은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거는 어디에선가 손을 마지막으로 댔을 거라, 회의 녹취(녹음 파일)를 공개하라, 아니면 우리가 그냥 가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는데 못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9일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현안질의를 하기에 앞서 감사원을 방문해 녹음 파일을 직접 듣겠다고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안질의에서 전현희 위원장 관련 보고서 작성과 확정, 공개 과정에서 벌어진 절차 위반 논란과 결재 조작 의혹을 따져물을 방침이다. 감사원은 법사위에 조은석 감사위원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출석하라는 요구에 “여야 합의가 있어야 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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