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된 고 채아무개 상병 영결식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군복)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해병대사령부 제공
국방부가 경북 예천에서 호우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ㄱ대령을 항명을 이유로 보직 해임해, 사건 책임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고 채 상병 유족은 “진상규명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4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민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도록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는데 해병대 수사단이 지시에 불응하고 조사 결과를 민간경찰에 이첩했다. 군기 위반 사항이라고 판단하고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소속 부대인 해병 1사단 임성근 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를 두는 등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사실 관계 조사 내용만 적고, 혐의에 대한 판단은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민간경찰로의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는 결과적으로 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라는 뜻이라는 주장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수사단은 책임자들의 혐의를 적시해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자료를 넘겼다. 국방부는 같은 날 해병대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경찰로부터 자료를 회수했다.
책임자 문책 범위를 축소하려는 국방부 지휘부가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인의 유족은 이날 국방부 기자단에게 “경찰 이첩을 두고 벌어진 언론보도를 접하고 저희들은 불편한 심정”이라며 “수근이의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런지, 저희들이 원했던 강고한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이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