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등이 지난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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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의 부대장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자신을 고발한 생존 장병과 그 어머니를 “실체적, 객관적 진실은 멀리한 채,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있다”거나 “추측성 기사와 일부 단체 주장만 믿고 고발했다”고 깎아내린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생존 장병을 돕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이적 행위이자 북한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며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188쪽 분량의 진술서를 지난달 21일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을 맡은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이 진술서에서 그는 “수중 수색을 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어 생긴 일”이라며 사고 책임을 부하인 대대장들에게 전가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생존 장병(ㄱ 병장)의 어머니에 대해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과 실체적, 객관적 진실은 멀리한 채, 제한된 정보만을 가진 아들의 얘기와 검증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 일부 언론 및 단체 주장만을 믿고, 이를 기정사실화하여 저를 고발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 채 상병 사망 사고 당시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ㄱ 병장의 어머니는 지난 9월13일 임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시 ㄱ 병장의 어머니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해 “사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이건 살인 행위”라며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생존 장병의 어머니가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임성근 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흐느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 전 사단장은 ㄱ 병장이 전역 직후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고소가 해병대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대한민국 국군 창설이래 초유의 사실이며, 해병대와 사단장에게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명예훼손이고, 나아가 군의 신뢰를 저하시켰으며 국군의 모든 지휘관들의 지휘권과 군의 가치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ㄱ 병장은 지난 10월24일 전역한 다음날인 25일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당시 그는 군 인권센터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채 상병과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며 “전역을 앞두고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내며 많이 고민했다. 사고의 당사자로서 사고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은 생존 장병과 그 어머니의 입장 발표를 도운 군 인권센터에 대해서는 “생존 장병의 취약성을 도구로 삼아 국민을 호도하고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생존 장병을 등에 업은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가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군 부대의 생명과 같은 지휘권을 와해시키는 전형적인 이적행위이자 북한의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단장이 수색 작업을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로 국민을 호도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매체와 취재원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