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대형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해 함께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양쪽이 충돌한 지 이틀 만에 현장을 함께 찾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여권 내홍은 봉합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핵심 원인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에 대한 이견은 조율하지 않은 채 수습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향후 갈등이 다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43분께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에서 만나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두 사람이 공개 석상에서 만난 것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뒤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현장을 둘러본 뒤 서울로 복귀할 때는 대통령 전용열차에 함께 올라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양쪽은 이날 만남으로 갈등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봉합의 여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내려 기자들과 만나 “저는 대통령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기차 안에서)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내홍이 아물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해법과 재발 방지 대책,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거취 문제를 두고 양쪽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기차 안에서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 얘기가 오갔는지 기자들이 묻자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고 말했다.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과 대통령실의 이견이 다시 노출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과의 현장 방문 시간을 사전조율해 맞췄다. 한 위원장은 애초 계획했던 국민의힘 사무처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서천 방문을 결정했고,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의 현장 방문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했다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