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대표연설서 “북핵·미사일 맞서 자위권 갖춰야”
정부 ‘비핵화’ 원칙 위배…김무성 “원유철 개인의견”
정부 ‘비핵화’ 원칙 위배…김무성 “원유철 개인의견”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핵무장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주장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대북 강경론에 불을 지피는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동시에 핵을 폐기하는 방안 등 자위권 차원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수단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조건부 핵무장’을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수년 전부터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당 회의 등에서 ‘조건부 핵무장론’을 펴왔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연설에서 핵무장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핵무장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한반도 주변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국제적 반발과 규제를 초래하는 등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국민담화에서 핵무장론에 대해 “국제사회와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원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당론이 될 수 없고, 개인의 생각”이라고 말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원 원내대표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핵무장론이 불러올 국제적 파장에 견줘 청와대가 즉시 대변인 논평 등 공식적인 방식으로 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은 점을 두고, ‘당은 군불 때기, 정부는 부정’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북 강경론을 이어가려는 속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준범 최혜정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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