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국민의당 후보들은 30%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등록 2016-02-26 20:02수정 2016-02-27 10:18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상원 열사의 묘 앞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상원 열사의 묘 앞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토요판] 특집
야권 분열, 호남 정가 르포
▶ 호남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격돌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호남 정치 지형도를 애증-분열-경쟁-승부-희망이라는 5개의 열쇳말로 풀어본다. 애증이 혼재하던 야당의 분열로 4월 총선에선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리게 됐다. 호남 양강구도 속에 진보정당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게 됐다. 두 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헌신, 그리고 연대를 통해 또다른 희망을 만들 수 있을지 짚어본다.

생선 노점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네거리 한켠 노점 난장은 퇴근시간 전이라 아직 한산했다. 먼발치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무소가 있는 건물이 보였다. 고등어와 동태포, 낙지와 매생이 등을 파는 노점으로 들어가 인사를 건넨 뒤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50대 중반의 남성이 “아이고, 난 잘 모르요. 저 양반한테 물어보쇼”라며 노점으로 막 들어오던 이를 가리킨다. 그에게 “총선을 앞두고 어느 당을 지지하시느냐?”고 물었다. 채소 노점상 나천수(57)씨는 “이미 더불어민주당한테는 실망 많이 했다. 나는 이번엔 당 보고 안 뽑고 인물 보고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노점 부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정치적 상실감은 생각보다 더 깊었다.

애증

광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가치’를 선택했다. 80년 5·18의 아픔을 겪은 시민들은 야당에 표를 몰아줘 학살을 심판했다. 또한 광주는 노풍의 진원지였다. 민주당 간판으로 험지에 출마해 번번이 낙선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은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새천년민주당의 ‘안방’인 광주에서 시민들은 노무현을 선택했다. 새천년민주당의 분화는 친노에 대한 애증의 씨앗이 됐다.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온 열린우리당은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광주에서도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했다. 광주의 7개 선거구 중 7명이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광주는 201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92%의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민주당의 무능은 유권자를 분노하게 했다. 문재인의 ‘부산 정권’ 발언(2006년 5월16일)이 맥락이 사라진 채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반문 정서’를 악화시켰다. 어떤 이는 “당내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고 진단했고, 일부에선 “대권과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실패한 문재인이 싫다”는 거친 비판도 나왔다. 호남 유권자들은 정치적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 노점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윤해자(51)씨는 “그 인물이 다시 그 인물로 돌아가버리잖아요. 뭔가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새로운 당을 지지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등장에 대해선 찬반이 나뉜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공동위원장인 조정관 전남대 교수(정치학)는 “안철수 공동대표는 당에 더 있을 수 없어 소극적 의미에서 쫓겨나는 창당을 했다. 비노를 포용하지 않으려는 친노의 패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탈당을 하더라도 명분이 있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안철수 대표가 전국 정당을 설립하려고 할 땐 탈지역주의 성격의 창당에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꼭 탈당을 하려고 했으면, 총선이 끝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열

애증은 야당 분열로 이어졌다.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지역 의석수는 30개다. 광주의 8개 선거구 6명의 현역의원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호남의 현역의원 탈당 행렬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영입과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 선언, 여론조사 결과 조정기 이후 끊겼다. 막판까지 탈당을 저울질하던 일부 광주·전남 의원들은 슬그머니 잔류를 선택했다.

광주 남구는 최근 야당 이합집산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선거구다. 참여정부 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참여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교육국 국장을 지낸 김영집 예비후보는 천정배 의원계로 분류된다. 안철수 의원 전 보좌관 서정성과 정진욱 전 ‘안철수와 함께하는 광주전남시민정책포럼’ 대변인은 친안 쪽이다. 박지원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김명진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도 국민의당 예비후보다. 전남에선 현역의원 11명 중 주승용·황주홍·김승남 등 3명이 국민의당이다. 전남 의석이 10석으로 줄어들면서 국민의당 황주홍(장흥·강진·영암)과 김승남(고흥·보성) 의원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얄궂은 상황이 연출됐다.

전북에선 탈당 바람이 덜 거셌다. 11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김관영(군산)·유성엽(정읍) 의원만 탈당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전북 정치판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주에 사는 이원우(56)씨는 “대선 후보로까지 나섰던 사람이 당선이 확실한 지역에 안주하며 골목대장이나 하려는 행태가 못마땅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택시기사 백아무개(60)씨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타 지역 사람들이 ‘동영이’를 보고 뭐라 그러지, 대통령 후보까지 나온 사람을 우리가 모른 척하면 못 쓴다”고 말했다.

당 지지세는 국민의당이 앞서
흥미로운 점은 더민주 전통 기반인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이탈
투표장에 잘 안 나가는
20·30대는 더민주 지지 경향

두 야당이 호남 맹주 자리 놓고
경쟁하며 정권심판이라는
총선의 기능이 사라져 버렸다
가장 큰 피해자는 존재감을
잃은 진보정당들이 아닌가

경쟁

분열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경쟁구도는 2004년 4월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이었고 새천년민주당은 야당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의 한 사람인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엔 아직까지 더민주 도전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 광산을 선거구는 두 야당 후보로 나서는 전·현직 의원이 격돌한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이용섭 전 의원(총선정책공약단장)이 더민주에 복당해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2014년 7·30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권은희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옮겨 한판 대결을 준비 중이다.

전남 순천에선 ‘1여 다야’의 숨 막히는 총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0여명의 예비후보 중 더민주 출신이 김선일·노관규·고재경·서갑원·김광진 등 5명이고, 국민의당 소속이 박상욱·손훈보·구희승·정표수 등 4명이다. 7·30 재보선에서 당선한 이정현 의원은 고향인 곡성이 선거구에서 분리돼도 순천에 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시민 진아무개씨는 “그가 예전에 야당 의원들이 못 했던 일을 했다”고 밝혔다. 박아무개씨는 “(국정교과서 관련) 막말로 표를 많이 깎아 먹었지만, 1 대 1이면 몰라도 1 대 2면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선 탈당한 박지원 의원이 출마한다. 목포에선 현재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더민주 조상기·유선호·배종호 예비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박지원 의원이 뇌물사건 최종심에서 기사회생한 직후인 지난 23일 목포 하당동에서 만난 시민 김아무개씨는 “현역인 박 의원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를 넘는다. 4선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아무개씨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불거진 뒤 지지율이 갈수록 빠지고 있다. 만약 ‘반박지원 연대’가 형성된다면 뒤집기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지난달 21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안철수, 권은희 의원과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광주/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안철수, 권은희 의원과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광주/연합뉴스

승부

호남지역 총선 결과는 두 야당 모두에 사활이 걸린 문제다. 호남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정계 개편 방향을 결정짓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139석의 거대 정당이었지만, 2007년 12석에 불과하던 민주당에 통합됐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는 광주와 전남에서 모두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지금까지 호남에서 당 지지세는 국민의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지난 1월2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의 당 지지는 안철수 신당(32.6%)이 더민주(18.5%)를 앞섰다. 지난달 17일 <월간중앙>이 타임리서치에 맡겨 실시한 호남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국민의당(37.0%)이 더민주(23.8%)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호남 지지율은 30% 대 26%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갤럽의 26일 발표된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은 더민주 32%와 국민의당 15%로 역전됐다.

흥미로운 점은 두 당의 호남 지지층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50대 이상, 자영업자들이 국민의당 쪽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공동대표를 “호남의 소외의식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확장해보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각을 세우는 구도(프레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도 국민의당엔 유리한 요소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오기형 변호사 등 신진 인사를 광주에 등판조차 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더민주 지지가 많은 20·30대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장에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후보들이 호남에서 30%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현역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가세하면서 ‘도로 민주당 아니냐’는 뼈아픈 비판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와 <한국방송>(KBS)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일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 ‘현역의원이 출마하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호남의 유권자 비율이 67.4%로 가장 높았다. 광주 사립대 한 교수는 “‘더민주가 그냥 싫다’는 반사이익에만 기댈 경우 참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의 자민련처럼 똘똘 뭉쳐 실리를 챙기고 캐스팅보트도 쥐자”는 수세적 전략에 경도되면 참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희망

결국 승부는 변화에서 온다. 무엇보다 참신한 인재 영입이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호각지세의 상황에선 말실수나 정치적 판단 착오 등의 실책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 새누리당 의석수가 180석 이상이 될 경우 회복 불능의 정치 지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더민주 쪽에서 몰아붙이려고 하는 말이다. 일정 지역에선 선거연대가 불가능하지만 정책적 연대는 가능하다. 오히려 두 당이 개헌선을 저지하는 선택구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어쨌든 중앙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호남 유권자들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당으로 언제든지 지지 후보를 변경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두 야당 간 경쟁은 정의당과 녹색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엔 불리한 구도가 되고 있다.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는 “지역 당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두 야당이 호남의 맹주 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의 기능이 사라져버렸다. 가장 큰 피해자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진보정당들”이라고 평가했다. 개혁과 진보의 상징이던 호남이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 경력은 ‘이승만 국부’ 발언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다. 180석이 넘으면 우린 노예처럼 살아야 한다. 앞으로 시민의 힘으로 진보·개혁의 구심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동 노점에서 만난 안아무개(48)씨가 툭 던진 말 속에 든 헌신과 연대라는 말에서 희망의 실마리가 보였다. “어쨌든 판을 크게 봐야 할 것 아닌가요? 두 야당은 총선 전후라도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받아줘야지요. 포용력을 갖고 힘을 모아야지요. 그리고 두 당 모두 헌신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해요. 유인태 의원처럼요…. 그래야 야당에 작은 희망이라도 갖지요.”

광주·목포·전주/정대하 안관옥 박임근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부지 선정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1.

[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부지 선정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윤 대통령, 트럼프와 ‘케미’ 만들려 8년만에 골프 연습 2.

윤 대통령, 트럼프와 ‘케미’ 만들려 8년만에 골프 연습

국민 58%가 “퇴진”, 꿈틀대는 ‘윤석열 탄핵’…개헌 가능성은 없을까 3.

국민 58%가 “퇴진”, 꿈틀대는 ‘윤석열 탄핵’…개헌 가능성은 없을까

도이치·명태균 집중…민주, 수사대상 크게 줄인 ‘김건희 특검법’ 검토 4.

도이치·명태균 집중…민주, 수사대상 크게 줄인 ‘김건희 특검법’ 검토

국힘, 민주 ‘김건희 특검법’ 표결 예고일에 ‘특감’ 논의 의총 5.

국힘, 민주 ‘김건희 특검법’ 표결 예고일에 ‘특감’ 논의 의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