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연금·세월호·메르스에 공천까지…기대한 걸 1%도 안해”

등록 2016-04-21 21:33수정 2016-04-26 08:45

[우리가 몰랐던 민심] (1) 새누리에 등돌린 8인 심층좌담
새누리에 등돌린 수도권 4050, 총선서 왜 돌아섰나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을 싫어한다. 그래서 “배신의 정치 심판”이 집권여당의 4·13 총선 ‘최대 공약’이 됐다. 새누리당 지지자 상당수는 역으로 여당과 대통령을 심판했다. <한겨레>가 20일 저녁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에 참석한 4050 유권자 8명도 “배신의 정치 심판을 위해 새누리당에서 야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했다. 칭찬은 사유화하고 비판은 국회에 돌렸던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도 유권자들의 변심까지 심판할 방법은 없다. 총선 뒤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을 떠받치던 8명의 마음은 쉽게 돌아설 것 같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조차 구성 못하는 비상 상황에 빠진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가 해야 할 조사를 언론사에서 대신 해줬다”며 씁쓸해했다.

참석자 가명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정당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더더’ △지역구·정당 모두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국국’ △지역구는 더민주, 정당은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더국’ △지역구는 국민의당, 정당은 정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국정’으로 표시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새더국(50·여)씨는 전업주부다. “대통령 되기 전에는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모습, 그런 고집이 참 좋아 보였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면 바뀌어야 하지 않나요? 오히려 더 떠받들거나 남의 말을 무시하거나 소통이 안 되는 게 갈수록 더해져요. 새누리당을 개인의 당처럼 만들려고 하잖아요. 계속 이 모습이면 기대감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당은 국민의당에 표를 줬다.

종로구의 새더국(55·남)씨는 임대업을 한다. “끝까지 고민했다”지만, 그 역시 새누리당에 몰아주던 표를 쪼개 더민주(지역구)와 국민의당(비례대표)에 나눠줬다. “박 대통령이 너무 과하게 자기 고집대로만 밀고 갔어요. 국민들이 선거 앞두고 불과 몇 개월 동안 일어난 일로 확 바뀌었다니까요. 그래서 참패한 거죠.” 그가 말한 박 대통령의 고집은 테러방지법이다. “민주화로 지금 잘 가고 있는데 너무 억압을 하잖아요.” 그는 좌담 말미에도 ‘입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또 거론했다.

표를 더민주나 국민의당 한쪽에 몰아준 이들도 이유는 비슷했다. 무역업체에서 일하는 경기 분당의 새더더(46·남)씨는 선거권이 생긴 뒤로 계속 보수 진영에만 표를 줘왔다. “지지하던 정당을 바꾸기는 쉽지 않잖아요. 예전에도 바꿔볼까 생각했지만 결국 투표장 들어가면 찍던 곳을 찍었어요.” 그런 그가 생각이 바뀐 건 최근 1~2년 사이라고 했다. “동료들과 술 마시다 보면 ‘너도 보수? 나도 보수’ 이런 얘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게 되더라고요.” 경제 문제가 그를 괴롭히는 듯했다. “가뜩이나 4050들이 힘든데 경제 수치도 계속 나빠지고 가계부채에….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로 올라가는데 증세 없이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활화산처럼 분명히 터질 텐데, 분명히 잘못하고 있는데 막고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쌓이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의 어두운 전망은 분노 어린 울분으로 이어졌다. “이번 정권은 소통 부재가 아니라 그 이상, 단절이에요. 박 대통령을 너무 여왕처럼 떠받들어주고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지하던 당이 변하게 되더라고요.”

전업주부인 서울 서초구의 새더더(46·여)씨는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 이름은 곧바로 대면서도 정작 자신이 찍은 더민주 후보는 “모른다”고 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싫었던 건 아니에요. 솔직히 이번에는 사람 안 보고 더민주 하나만 보고 다 찍었어요. 문재인이 사람을 영입하는 태도나 대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어요.”

입시학원 상담실장인 서울 강서구 새더더(44·여)씨는 새누리당이나 청와대가 들으면 뜨끔할 만큼 신랄한 말을 쏟아냈다. “국회의원들이 권력을 떠나 국민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를 위한 정치를 하는 거 같아요. 오래 해먹었던 아버지 박정희 때가 많이 떠올랐어요. 유신체제요. 지금 현시점과 너무 안 맞는 불통, 제가 과거에 느꼈던 박근혜 이미지와 너무 달랐어요.” 그는 유승민 의원의 ‘운명’을 유심히 살폈다고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말한 유승민도 완전히 측근이었는데 내치고, 눈치만 보고 일도 잘 못하는 최경환 같은 사람을 옆에 뒀잖아요. 그걸 보면서 국민이 새누리당을 떠났어요. 진짜 대구로 이사 가서 유승민을 찍어주고 싶었어요.”

“대통령 되기 전과 후 달라
이명박땐 바보, 지금은 무섭다”

“경제수치 나빠지는데
증세 않고 어떻게 할 건가”

“여당은 나라가 다 제 밥상인양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만 벌여”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새국국’도 할 말이 많았다. 서울 송파에 사는 새국국(52·남)씨는 “서울에서 태어난 진짜 중도”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하도 나빠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다. “공천, 정책, 연금, 세월호, 메르스 대응 모두 이해가 안 가요. 해가 갈수록 잘하는 게 없고 저를 비롯해 주변 생활이 다 안 좋아져요. 기대한 걸 단 1%도 안 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박근혜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행동과 된 후의 행동이 가장 달라진 사람이에요. 실제 능력이 없었던 사람인데 이미지로 됐다고 봐요”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 마음을 거둔 그는 단호했다. “앞으로도 박 대통령은 자기 고집을 피우며 계속 못 할 거 같아요.” 좌담 내내 ‘친노’를 비판하던 그는 “과거 열린우리당이 노무현을 버린 것처럼 새누리당이 살려면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새국정(46·남)씨는 투표 성향에서는 외로운 존재였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대한 비판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야당 내 독재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선자라고 생각해서 늘 그 반대쪽을 찍었다”고 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는 특별히 사고 친 것도 없지만 잘한 것도 없어요.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아요. 그 와중에 정치인들은 우리나라가 자기들 밥상인 양 싸우고…. 앞으로 한동안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새누리당 집권 불가 기간’을 “너무 오래 고여서 물이 썪었다. 5년이나 10년”이라고 했다. 그의 변심은 확고했다. “문재인을 싫어하는데요,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누굴 내세울지 모르겠지만 김무성 같은 사람이 나오면 야권을 찍을 거 같아요.”

체격도 좋고 말도 거침없던 송파 새국국씨는 좌담에서 “무섭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명박 때는 바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서워요. 이명박은 바보고 박근혜는 무섭다는 거죠.”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끌려간다는 문제의식이 제일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국민들 판단에 ‘수구꼴통’이나 ‘퇴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보수적 가치나 이념, 정체성을 유지하더라도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기대가 컸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함도 문제였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의원 수가 많을 때도 확 장악을 못했잖아요. 이제는 의원 수가 너무 적어서 힘을 못 펼 거 같아요. 국민들이 선거에서 큰 침을 한 방 제대로 놨으니까 뼈를 깎는 각오로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바뀌겠죠.” 종로 새더국씨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부지 선정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1.

[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부지 선정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국민 58%가 “퇴진”, 꿈틀대는 ‘윤석열 탄핵’…개헌 가능성은 없을까 2.

국민 58%가 “퇴진”, 꿈틀대는 ‘윤석열 탄핵’…개헌 가능성은 없을까

윤 대통령, 트럼프와 ‘케미’ 만들려 8년만에 골프 연습 3.

윤 대통령, 트럼프와 ‘케미’ 만들려 8년만에 골프 연습

국힘, 민주 ‘김건희 특검법’ 표결 예고일에 ‘특감’ 논의 의총 4.

국힘, 민주 ‘김건희 특검법’ 표결 예고일에 ‘특감’ 논의 의총

도이치·명태균 집중…민주, 수사대상 크게 줄인 ‘김건희 특검법’ 검토 5.

도이치·명태균 집중…민주, 수사대상 크게 줄인 ‘김건희 특검법’ 검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