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민심] (1) 새누리에 등돌린 8인 심층좌담
새누리에 등돌린 수도권 4050, 총선서 왜 돌아섰나
새누리에 등돌린 수도권 4050, 총선서 왜 돌아섰나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을 싫어한다. 그래서 “배신의 정치 심판”이 집권여당의 4·13 총선 ‘최대 공약’이 됐다. 새누리당 지지자 상당수는 역으로 여당과 대통령을 심판했다. <한겨레>가 20일 저녁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에 참석한 4050 유권자 8명도 “배신의 정치 심판을 위해 새누리당에서 야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했다. 칭찬은 사유화하고 비판은 국회에 돌렸던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도 유권자들의 변심까지 심판할 방법은 없다. 총선 뒤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을 떠받치던 8명의 마음은 쉽게 돌아설 것 같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조차 구성 못하는 비상 상황에 빠진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가 해야 할 조사를 언론사에서 대신 해줬다”며 씁쓸해했다.
참석자 가명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정당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더더’ △지역구·정당 모두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국국’ △지역구는 더민주, 정당은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더국’ △지역구는 국민의당, 정당은 정의당에 투표한 사람은 ‘새국정’으로 표시했다.
이명박땐 바보, 지금은 무섭다” “경제수치 나빠지는데
증세 않고 어떻게 할 건가” “여당은 나라가 다 제 밥상인양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만 벌여” ‘새국국’도 할 말이 많았다. 서울 송파에 사는 새국국(52·남)씨는 “서울에서 태어난 진짜 중도”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하도 나빠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다. “공천, 정책, 연금, 세월호, 메르스 대응 모두 이해가 안 가요. 해가 갈수록 잘하는 게 없고 저를 비롯해 주변 생활이 다 안 좋아져요. 기대한 걸 단 1%도 안 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박근혜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행동과 된 후의 행동이 가장 달라진 사람이에요. 실제 능력이 없었던 사람인데 이미지로 됐다고 봐요”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 마음을 거둔 그는 단호했다. “앞으로도 박 대통령은 자기 고집을 피우며 계속 못 할 거 같아요.” 좌담 내내 ‘친노’를 비판하던 그는 “과거 열린우리당이 노무현을 버린 것처럼 새누리당이 살려면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새국정(46·남)씨는 투표 성향에서는 외로운 존재였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대한 비판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야당 내 독재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선자라고 생각해서 늘 그 반대쪽을 찍었다”고 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는 특별히 사고 친 것도 없지만 잘한 것도 없어요.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아요. 그 와중에 정치인들은 우리나라가 자기들 밥상인 양 싸우고…. 앞으로 한동안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새누리당 집권 불가 기간’을 “너무 오래 고여서 물이 썪었다. 5년이나 10년”이라고 했다. 그의 변심은 확고했다. “문재인을 싫어하는데요,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누굴 내세울지 모르겠지만 김무성 같은 사람이 나오면 야권을 찍을 거 같아요.” 체격도 좋고 말도 거침없던 송파 새국국씨는 좌담에서 “무섭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명박 때는 바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서워요. 이명박은 바보고 박근혜는 무섭다는 거죠.”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끌려간다는 문제의식이 제일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국민들 판단에 ‘수구꼴통’이나 ‘퇴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보수적 가치나 이념, 정체성을 유지하더라도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기대가 컸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함도 문제였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의원 수가 많을 때도 확 장악을 못했잖아요. 이제는 의원 수가 너무 적어서 힘을 못 펼 거 같아요. 국민들이 선거에서 큰 침을 한 방 제대로 놨으니까 뼈를 깎는 각오로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바뀌겠죠.” 종로 새더국씨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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