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20대들 “반값등록금? 안된 것을 됐다고 홍보…어이 상실”

등록 2016-04-22 19:12수정 2016-04-26 08:42

[우리가 몰랐던 민심] (2) ‘정치BAR 라이브 톡’ 청년 8명의 분노
<한겨레> 정치전문 사이트 ‘정치BAR’가 마련한 메신저인 ‘라이브 톡’을 통해서 22일 20대 청년 8명을 만났다. 멀리는 경남 김해, 더 멀리는 캄보디아에 있는 청년까지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청춘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채팅창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몹시 분노하고 있었다.

■ 사회자 필요 없는 ‘박근혜 비판’

“보수층이기 때문에”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이대희’(가명·24·남)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소통이 안 돼 이번에는 국민의당에 투표를 했다”며 ‘불통’의 사례로 “기자들에게 질문도 받지 않고 질문지를 미리 돌려서 그것에만 대답”하는 일방적 기자회견을 들었다. ‘빵야’(22·여)는 “여기저기서 문제가 있다고 소리를 내는데 대응을 하긴 하는 건가 싶다. 답변을 듣지 못하고 계속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 필리버스터 때 그렇게 오랜 시간 야당 의원들이 말한 것에 (박 대통령이)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말문의 물꼬가 트이자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전방위적 부문에서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쫑블리’(27·남)는 △세월호 참사 대응 문제 △위안부 졸속 협상 △개성공단 폐쇄 △고리·월성의 핵발전소 문제를, ‘브라우니’(25·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대북정책 실패 △언론 통제 등을 지적했다. 반값등록금 얘기를 꺼낸 ‘냐옹이’(21·여)는 “실현되지 않은 것을 실현됐다고 홍보만 때리면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대희는 “처음에는 투명하게 집필진 공개한다고 했다가 비밀이라고 말바꾸기 하는 건 너무 실망스럽다”며 국정 교과서 문제에 맞장구를 쳤고 메르스 사태 때의 무능한 대처도 “노무현 정부 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과 비교하면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일갈했다. 쫑블리는 “잘하는 건 없는데 시민들이 항의하면 물리력+벌금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조세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냐옹이는 “과세가 위를 향해야 하는데 담뱃값 인상 등 아래를 향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고, 이대희는 “부자에게는 감세하고 담뱃값은 인상하고 공병에 붙는 세금도 올라서 소주도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디기’(23·남)는 “서민복지 생각하고 건강 생각한다는 코스프레 하면서 담뱃값 인상하는 게 제정신이냐”고 물었다. 흡연자라 “괴롭다”는 쫑블리는 이렇게 말했다. “덕분에 담배 피우는 양이 줄었으니 그건 고맙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 건강을 위해…는 개뿔.” 디기는 “주변 흡연자 친구들이 담뱃값으로 한 달에 10만원 이상 쓰는 거 보면 비흡연자인데도 괴롭다”며 “증세와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도 없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채팅창의 열기는 폭발 직전이었다. 사회자도 필요 없었다. 쫑블리가 나서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잘못한 점들 외에 또 어떤 게 있을까요”라며 얘기를 더 해보자고 했다. ‘행복을찾아서’(28·남)는 ‘사드’를 지목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내세우면서 줄타기를 했는데 결국은 무엇을 얻어냈느냐”는 질타가 쉴새없이 당도했다.

“부자에겐 감세하고
담뱃세 올리고 빈병 세금 올려
소주값도 오르고…
증세·복지 국정철학이 없어”

“친박이니 친노니
사람 앞세우는 정치 그만”
“대선 새인물 나왔으면”

정치BAR의 ‘20대의 20대 총선 이야기’ 라이브 톡 참여자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박 대통령이 잘한 일은…

애초의 질문은 ‘박 대통령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었다. 비판 도중 간간이 섞여 나온 ‘잘한 일’은 대체공휴일 지정과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정도였다.

민란 같은 채팅의 결론은 이랬다.

“국정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잘한 게 하나도 없어요. 국정 운영의 확고한 철학 자체가 없어요.”(디기)

“대선 때 내건 공약 중에 지킨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은 게 문제 아닐까요?”(빵야)

청년들은 이번 총선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 3년의 평가였다는 점에 적극 공감했다. ‘투표장에 나가게 한 결정적인 순간’을 물었더니 ‘행복을찾아서’는 “유승민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라고 답했다. 부산이 고향인 빵야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들이 보기 싫었다”며 “옥새 들고 튀었을 때가 정점이었다. 고향이 그쪽이라 이슈가 커지더라”고 말했다. 군소정당에 표를 준 냐옹이와 쫑블리는 각각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미래에 투표한다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했다. ‘차차라추추’(22·여)와 디기는 “항상 20대 투표율이 낮다는 소리가 싫어서”, “항상 20대한테 타깃이 가더라”며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에 반감을 드러냈다.

■ 뚜렷한 ‘분산투표’ 경향

8명 중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비례 2표를 한곳에 몰아준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행복을찾아서는 “복지부 장관 당시에 박 대통령과 의견충돌이 있어 사표 내고 나온 진영 후보가 멋있어서 2번을 뽑았다”며 “국민의당에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 3번을 찍었다”고 말했다.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정당은 정의당을 찍은 디기는 “2번(더민주)은 비례대표 선정한 거 보고 화나서 포기했고 3번(국민의당)은 간봐서 싫고 정의당에 대해선 당원인 지인에게 물어봤다. 정의당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비례대표 정보를 보고 원내 의석수를 늘려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북 포항이 주소지인 이대희는 “항상 새누리당 후보만 나오고 다른 야당 후보는 나오지 않는다”며 새누리당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고 “안철수 대표가 얘기한 제3당의 캐스팅보트가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궁금해서 정당 투표에선 3번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차차라추추는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의 색깔론 이야기에 ‘아, 안되겠구나’ 싶었다”며 김경수 더민주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민주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무효표를 던질까도 고민했던 이다.

다른 사람들이 더민주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더민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모순적인 언행을 너무 많이 해요. 친노패권주의라는 용어를 써대는 사람들이 필요할 때만 노무현 전 대통령 팔아서 감성적으로 호소하질 않나.”(디기)

“친노니 친박이니 하며 사람을 앞세우는 정치는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냐옹이)

차차라추추가 덧붙였다. “디기님의 의견에 엄청 공감합니다. 늘 노무현 전 대통령님 이야기가 빠지질 않습니다. 그게 가장 싫어요.”

■ 새누리의 유승민이 뜨면…

궤멸적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을 구원할 대선주자가 누가 있겠느냐고 물으니 ‘유승민’이라는 답이 많이 나왔다. 행복을찾아서는 “유승민 대 문재인, 이런 구도로 가면 누가 될지 예측이 안 된다”며 웃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될 만한 ‘새 인물’을 꼽아보자고 하니 무려 4명이 표창원 당선자를 거론했다.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름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고, 모든 후보가 출마했다면 당신의 한 표를 누구에게 주겠느냐고 물었다. 5명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2명이 유승민 의원, 1명이 김광진 의원을 꼽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라이브 톡 전문 보기] 20대의 ‘20대 총선 이야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1.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체코 총리 “신규 원전사업, 현지기업 참여율 60% 기대” 2.

체코 총리 “신규 원전사업, 현지기업 참여율 60% 기대”

북, 탄도미사일 함북 산악 내륙에 떨어지는 사진 첫 공개 3.

북, 탄도미사일 함북 산악 내륙에 떨어지는 사진 첫 공개

이재명 ‘선거법 위반’ 2년 구형에…민주 “공작수사 통한 정치탄압” 4.

이재명 ‘선거법 위반’ 2년 구형에…민주 “공작수사 통한 정치탄압”

극우 유튜버 출신 인재개발원장 “김 여사 명품백 수수, 해프닝 불과” 5.

극우 유튜버 출신 인재개발원장 “김 여사 명품백 수수, 해프닝 불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