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국회동의 절차 거쳐야”
민평련 23명도 반대 선언
신중론 펴던 더민주 지도부 당혹
김종인 “찬반으로 다룰 사안 아냐”
민평련 23명도 반대 선언
신중론 펴던 더민주 지도부 당혹
김종인 “찬반으로 다룰 사안 아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력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워 신중론을 고수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보에 관한 정부 결정은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이번 졸속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위기 관리’는 커녕 오히려 ‘위기 조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핵인데 대응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 문제에 매달려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본말전도’ △ 정부·국회, 정부·국민 등의 소통을 전제로 국제관계와 경제까지 고려해야 했음에도 정부 내 안보라인을 중심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일방결정’ △수도권을 방어하는 저고도미사일방어 체계는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 배치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보름 만에 결정했다는 점에서 ‘졸속처리’ 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국회 동의 절차와 관련해 “사드 배치는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우리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배치 같은 중대사가 국회 동의 없이 소파(SOFA)협정 내에서 정부 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국회는 차제에 협정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문 전 대표는 사드 등 현안에 대해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원총회 등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모습이 연출되고, 당 안팎에서 문 전 대표의 의견을 밝히라는 요청이 계속되자 고심 끝에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주류의 구심점인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현 지도부와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더민주 내에선 반대론과 신중론 사이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설훈·이인영·홍익표 의원 등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소속 인사 23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위협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드 배치의 타당성 조사 등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예산 편성에서 사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재검토가 되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개인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 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사드는 찬성이다, 반대다, 그런 논리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의견 표명으로 당내 논쟁이 더 불붙지 않겠느냐는 데 대해서는 “두고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위해 우상호 원내대표가 이끄는 사드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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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이인영·유은혜·우원식·김영진·유승희·설훈·소병훈·김현권 의원. 이날 성명엔 전현직 의원 23명이 참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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