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 방식 비교분석
11일 브랜슨 이어 20일 베이조스…창업자들이 직접 탑승 체험
11일 브랜슨 이어 20일 베이조스…창업자들이 직접 탑승 체험
로켓여객기를 양쪽 동체 사이에 싣고 날아가는 버진갤럭틱의 화이트나이트2 항공기(왼쪽)와 이륙하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준궤도 우주관광이란 새 길을 개척하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업자. 위키미디어 코먼스
비행 후 상승이냐 수직 상승이냐 현재로선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으로 인해 부유층들만의 ‘럭셔리 모험’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지만, 이들의 우주여행은 훈련된 우주비행사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우주에 갈 수 있는 길을 닦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버진갤럭틱은 최근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승객을 태우고 사업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준궤도 우주관광 사업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의 여행은 준궤도 여행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여행 방식은 다소 다르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버진갤럭틱은 항공기와 로켓을 혼합한 활공 비행, 블루오리진은 전통적인 로켓을 이용한 수직 이착륙 비행이란 점이다. 두 회사의 준궤도 우주여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조만간 목격할 두 여행 방식을 본 후 세계인들은 어떤 것에 더 매력을 느낄까?
비행시간 90분 대 10분…고도 80km 대 100km 서부 텍사스의 작은 도시 반혼 인근 사막에서 출발하는 블루오리진의 준궤도 여행은 높이 18미터의 뉴셰퍼드 로켓에 유인 캡슐을 싣고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내려온다. 이륙에서부터 카르만라인으로 불리는 고도 100km의 우주경계선을 찍고 내려와 착륙하기까지 불과 10분이다. 고도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5배다. 우주 롤러코스터라 불러도 무방할 듯한 방식이다. 캡슐은 이륙 3분 후 고도 75km 상공에서 로켓으로부터 분리된 뒤 100km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상을 향해 낙하한다. 착륙 1분 전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사막지역에 내린다. 마지막 순간 역추진 로켓으로 더욱 속도를 늦춰 착지할 때의 속도는 시속 1.6km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는 재사용 로켓이다. 이미 몇차레 재사용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블루오리진은 2015년 스페이스엑스보다 먼저 발사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캡슐을 분리한 로켓은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km 떨어진 곳으로 귀환해 다음 출발을 준비한다.
무중력 체험 시간은 똑같이 4분 남짓 뉴멕시코주의 사막지역에 지은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에서 출발하는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여행은 항공기와 로켓이 순차적으로 결합한 2단계 비행이다. 2개의 동체로 이뤄진 화이트나이트투 항공기 ‘VMS 이브’(날개 길이 43미터)가 스페이스십2 로켓여객기 ‘VSS 유니티’를 싣고 이륙한 뒤 고도 15km에서 분리하는 것이 1단계다. 유니티의 길이도 18미터로 공교롭게 뉴셰퍼드와 거의 같다. 분리된 로켓여객기는 약 60초간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80~90km까지 올린다. 이때 최고 속도는 음속 3배까지 치솟는다.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우주선의 뒷쪽 날개가 위로 접히며 배드민턴 셔틀콕처럼 수평으로 날아간다. 이후 고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날개는 원위치로 돌아가고, 유니티는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에 활강 착륙한다. 회사가 밝힌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리는 시간은 90분이다. 시험비행에선 70분이 걸렸다.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 둘 다 우주 경계선 부근에서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4분이다. 무중력 지점에 다다르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유롭게 무중력 상태를 즐길 수 있다. 버진갤럭틱 승객들은 기내 뒤쪽에 있는 큰 원형 거울을 통해 자신의 무중력 체험 모습을 볼 수 있다.
리처드 브랜슨(오른쪽 세번째)과 함께 준궤도 우주여행에 나서는 버진갤럭틱 직원들이 승무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쪽 끝 두 사람은 조종사다. 버진갤럭틱 제공
누가 첫 탑승객 자리에 앉나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 준궤도 관광의 편당 승객 수는 각각 최대 6명이다. 그러나 이번 비행에선 4명씩만 탑승한다. 다만 버진갤럭틱의 유니티에는 승객과는 별도로 조종사 2명이 함께 탄다. ‘유니티22’라는 명칭을 붙인 브랜슨 회장의 비행에는 수석우주비행사교관, 수석운영엔지니어, 대관업무 담당 부사장 3명이 함께 탄다. 베이조스의 비행엔 동생 마크 베이조스,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한 월리 펑크(82), 그리고 2800만달러(약 312억원)에 탑승 기회를 잡은 또다른 승객이 함께한다. 1960년대 우주비행사 후보까지 선발됐다가 끝내 탑승을 거절 당했던 그는 이번에 세계 최고령 우주 여행객이 된다. 우주여행이 평생 소원이었던 그는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의 예약자이기도 하다.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준궤도 여행에 나서는 월리 펑크(82)는 최고령 우주여행객이다. 블루오리진 제공
뉴셰퍼드 유인 캡슐의 내부.
조종사 없는 블루오리진, 조종사 2명의 버진갤럭틱 조종사가 없는 블루오리진의 여행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승객이 하는 일은 캡슐 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의 결합장치를 묶었다 푸는 것, 그리고 자동 프로그램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널따란 조망 창 가장자리엔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부착돼 있다. 버진갤럭틱의 로켓여객기 기내 공간은 지름 2.3미터, 길이 3.6미터다. 벽에는 지구와 우주를 조망할 수 있는 창 17개가 있다. 창은 승객별로 좌석 옆과 위로 하나씩 나 있고, 각 창에는 조명과 함께 셀카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기내에는 또 16대의 고화질 카메라가 있어 승객들의 우주비행 체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좌석 등쪽에는 속도, 중력, 남은 비행 시간 같은 실시간 데이터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있다. 승객과 조종사들은 통신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짧은 우주여행이지만 기내에선 과학실험도 가능하다. 버진갤럭틱은 이를 과시하기 위해 지난해 행성과학자 앨런 스턴(Alan Stern)에 이어 최근 국제우주과학연구소의 켈리 제라디(Kellie Gerardi) 연구원과도 과학실험을 위한 탑승 계약을 맺었다. 버진갤럭틱은 내년에 시작할 정식 우주관광 사업에서는 현재 제작 중인 ‘이매진’(VSS Imagine)라는 이름의 스페이스십3 로켓여객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올 여름 시험비행을 할 스페이스십3의 가장 큰 변화는 모듈식 구조라는 점이다. 한꺼번에 전체를 제작하는 게 아니라 우주선을 몇개 구역으로 나누어 제작한 뒤 조립하는 방식이다.
버진갤럭틱의 기내 모습.
안전성, 얼마나 믿을 만할까 버진갤럭틱은 이번이 네번째 유인비행, 블루오리진은 첫번째 유인 비행이다. 그러나 버진갤럭틱은 2014년 조종사 추락 사고사라는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유인 비행은 없었지만 15차례의 시험비행에서 모두 성공했다. 고도 400km의 저궤도를 왕복하는 우주선과 달리 준궤도 우주선은 상대적으로 장치 설계와 작동 방식이 간단하다.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돌지 않아 왕복 경로가 단순한데다 시간도 매우 짧아 이산화탄소 제거 장비, 화장실 등 생명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탑승 전 훈련에만 수개월씩 걸리는 저궤도 비행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버진갤럭틱 승객들은 3일, 블루오리진 승객은 1일간 탑승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버진갤럭틱의 경우 첫날은 탑승복과 통신 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둘쨋날 탑승하고 내리는 훈련을 한 뒤, 셋쨋날 전체 과정을 다시 한 번 연습한다.
뉴멕시코주 사막지대에 있는 버진갤럭틱의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착륙하는 뉴셰퍼드 유인 캡슐. 블루오리진 제공
진정한 우주경계선은 어디일까 브랜슨이 준궤도 비행을 먼저 하게 되면 ‘세계 첫 준궤도 우주관광’의 타이틀은 자동적으로 브랜슨이 차지할까? 약간의 시비가 붙을 수 있다. 버진갤럭틱의 비행 고도는 약 90km, 블루오리진의 비행 고도는 100km 남짓이다. 보통 우주경계선이라고 하면 고도 100km의 카르만라인을 가리킨다. 국제항공연맹(FAI)도 이 기준을 따른다. 블루오리진의 최고경영자 밥 스미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버진갤럭틱의 멋지고 안전한 비행을 기원하지만 그들은 카르만 라인 위로 비행하지 않으며,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연방항공국(FAA)과 공군은 고도 80km 이상 비행 경험이 있는 조종사에게 우주비행사 칭호를 부여한다. 고도 80km는 비행체가 궤도비행을 할 수 있는 최저 고도이다. 연방항공국은 이 기준에 따라 초기 시험비행을 했던 버진갤럭틱 승무원 5명에게 우주비행사 배지를 수여한 바 있다.
준궤도 우주여행은 로켓을 타고 지구를 여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스페이스엑스 유튜브 갈무리
로켓 지구여행으로 이어질 가능성? 민간 기업 중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로켓 기술과 함께 유일하게 유인 우주선까지 보유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왜 준궤도 여행에 뛰어들지 않을까? 스페이스엑스는 애초부터 달, 화성까지 포함한 먼 거리의 우주여행을 추진해 왔다. 스페이스엑스는 오는 9월 민간인들로 구성된 저궤도 여행팀을 처음으로 보낸다. 국제우주정거장 고도인 400km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지구를 며칠간 돌다 돌아오는 여행이다. 이어 2023년엔 일본인 기업가와 달 궤도 여행을 추진한다. 스페이스엑스는 준궤도 영역에선 대륙간 도시들을 연결하는 로켓 지구여행을 구상하고 있다. 그가 2017년 공개한 동영상에는 로켓으로 뉴욕을 출발한 지 39분만에 상하이에 도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발과 도착지는 안전과 소음 방지를 위해 바다로 정했다. 로켓의 최고 속도는 시속 2만7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다. 머스크는 “2022~2023년에 첫 시험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은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방식도 장기적으로 로켓을 이용한 지점간 지구 비행으로 확장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엔 우주여행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준궤도 여행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시장 전망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준궤도 우주관광 시장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여행의 문턱은 아직 매우 높다. 안전성도 검증받지 못한 상태다. 최소한 수십차례 비행을 해봐야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조사 업체들은 잠재적인 수요 기반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투자금융그룹 코웬은 순자산 500만달러(약 57억원) 이상인 부유층 집단에서 240만명의 잠재 고객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유비에스(UBS)는 6천명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관광 참여 의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20%가 “1년 안에 티켓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유비에스는 향후 몇년 동안 안전한 여행임이 입증된 뒤 티켓을 구매하겠다는 사람까지 합치면 잠재 고객의 비중은 35%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착륙장을 향해 활강하는 버진갤럭틱의 유니티. 버진갤럭틱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