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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파이어네이도, 바다콧물…기후위기가 만든 신조어 아세요?

등록 2021-08-09 09:59수정 2021-08-10 10:18

산불과 회오리의 결합, 점액질로 덮인 바다 등 이상현상 속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발생한 파이어네이도. cbs8.com 동영상 갈무리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발생한 파이어네이도. cbs8.com 동영상 갈무리

기후 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전에 없던 기상현상을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로 기존의 지구 에너지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면서 산불, 홍수, 폭풍, 폭염 같은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도 북미에서 폭염이 내리쬐는 동안, 유럽에선 폭우 사태가 빚어졌다. 둘 다 ‘1천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이상기상으로 기록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상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들이 탄생하거나 사장됐던 단어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우선 산불 회오리를 뜻하는 ‘파이어네이도’(Firenados)가 있다. 불(fire)과 토네이도(tornado)를 합친 용어다. 산불로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2003년 호주 캔버라에서 산불이 일어났을 때 처음 목격된 파이어네이도는 2010년대 후반 이후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지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18년 여름 캘리포니아 레딩에서 일어난 파이어네이도의 소용돌이 속도는 시속 140마일(230km)에 이르렀으며 연기는 고도 7.5km 상공까지 치솟았다.

소용돌이가 산소가 풍부한 공기를 빨아들임으로써 화재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이 갈수록 늘어나고 규모도 커지고 있어 파이어네이도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발생 횟수는 1980년대보다 두배 이상 많아졌다.

높아진 온도는 ‘마른 뇌우’(dry thunderstorms)도 부른다. 보통 천둥과 번개는 강한 비를 동반하지만 미국 남서부 등 가뭄 피해 지역에선 천둥과 번개가 치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기가 너무 건조해 수증기가 내려가는 도중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2017년 캘리포니아 벤추라 카운티 지역에서 목격된 화재적운. 벤추라 카운티 소방국 제공
2017년 캘리포니아 벤추라 카운티 지역에서 목격된 화재적운. 벤추라 카운티 소방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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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마제니투스, 대형 산불이 만드는 시커먼 뭉게구름

세계기상기구는 2017년 구름도감을 30년만에 개정하면서 ‘플라마제니투스’(flammagenitus)라는 새로운 구름을 추가했다.

주로 회색이나 갈색, 검은색을 띠는 이 구름은 산불 연기가 솟아오르며 만들어내는 일종의 화재적운(뭉게구름)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급상승하면서 구름은 고도 8km까지 치솟기도 한다. 화재적운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산불이 잦아지면서도 화재적운이 생기는 횟수가 늘어나자 세계기상기구가 정식 구름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 유타자연사박물관의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산불은 주변 공기를 섭씨 800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상승하는 공기는 화염 위 하늘에서 빠르게 응축되는데, 그 사이 땅에서 불에 타고 있는 식물들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공기중의 연기 입자들은 더 많은 응결핵을 공급해 주면서 응축과정이 완성된다. 그동안 땅에서는 공기가 상승하면서 더 많은 산소가 구름기둥 밑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는 불을 더 오래 힘차게 타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특히 뜨거운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대기가 크게 요동을 쳐 기상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구름기둥이 높게 형성되면 뇌우를 동반하는 ‘화재적란운’(pyrocumulonimbus)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습구온도 한계치는 35도다. 픽사베이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습구온도 한계치는 35도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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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구온도, 인간의 생존한계치에 가까와진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습구온도도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습구온도계는 젖은 천으로 수은주를 감싼 온도계다.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인간의 체온조절 기능을 본뜬 것이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는 습구온도 35도로 알려져 있다. 습구온도가 이 지점을 웃돌면 땀으로 체온을 식힐 수가 없다. 과학자들은 습구온도 35도에서는 6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 습구온도 35도는 습도 50% 환경에서의 섭씨 45도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습구온도 35도는 21세기 중반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전 세계 4천여 기상관측소의 약 40년치 데이터(1979~2017)를 분석한 결과, 이미 일부 지역에서 습구온도가 생존 한계치인 35도를 넘어서는 때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유역, 중동 페르시아만의 홍해 해안지대, 북미 남서부 해안지대에서 습구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1~2시간 계속됐다. 멕시코만, 캘리포니아만 일대와 카리브해, 서아프리카, 남중국도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2017년 전 세계에서 습구온도가 30도를 넘은 때는 약 1000번으로, 1979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03년 7만여명을 숨지게 한 유럽의 폭염 당시 습구온도가 28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 빈도가 그만큼 잦아진 셈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올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올라가면 적도 지역의 습구온도가 생존 한계인 35도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흑해와 에게해 사이에 있는 터키 마르마라해의 식물플랑크톤이 만들어낸 ‘바다콧물’. 나사 제공
흑해와 에게해 사이에 있는 터키 마르마라해의 식물플랑크톤이 만들어낸 ‘바다콧물’.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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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심해지면 나타나는 ‘바다콧물’

식물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많이 번식해 녹색띠를 형성하는 녹조가 심해지면 ‘바다콧물’(sea snot) 현상이 나타난다. 식물플랑크톤이 배출하는 끈적끈적한 점액물질이 바다표면을 뒤덮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간이 버린 오염물질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정체된 물 흐름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바다콧물을 만들어낸다.

바다콧물은 그 자체로 유해한 건 아니지만, 바다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막아 많은 해양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올해 봄 터키 이스탄불 앞바다에서는 거대한 바다콧물이 형성돼 몇달 동안 바다 생태계를 위협했다. 200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바다콧물 현상은 기온 상승과 함께 식물 플랑크톤 번식 속도가 빨라지면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벌목으로 훼손된 볼리비아 아마존삼림 일대(2016). 위키미디어 코먼스
벌목으로 훼손된 볼리비아 아마존삼림 일대(2016).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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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화, 임계치 넘긴 벌목이 숲을 초원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브라질은 연간 270만톤 이상의 소고기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다. 사육 마리 수도 인도에 이어 세계 2위다. 방대한 규모의 아마존 숲이 소 방목지 조성을 위해 벌목되거나 불태워 사라져가고 있다. 벌목은 그 자체로 탄소 흡수원을 없애지만, 강수량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마존에 내리는 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숲의 증발·증산 작용을 통한 수분 리사이클을 통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벌목이나 화재로 나무가 줄어들면 그만큼 비가 적게 내린다. 이에 따라 숲 훼손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숲 자체가 아예 초원지대로 바뀌어 버리는 ‘사바나화’ 효과가 나타나, 아마존이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브라질 과학자들은 삼림의 약 40% 또는 20~25%가 손실되면 아마존 주요 지역의 강우량이 줄어 나무 대신 풀이 무성한 평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자연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생태계로 전환하는 과정이지만, 인간에게는 대규모 온실가스 흡수원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토마스 러브조이 교수(환경과학)는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지금까지 아마존의 최소 17%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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