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과도하게 게임을 하는 행위를‘질병’으로 등록한다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같은 현상을 두고 한 쪽은 질병, 다른 쪽은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A.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을 과연 질병으로 볼 수 있을까. 해묵은 갈등 사안입니다. 의료계 쪽에서는 정신장애라고 주장하는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디지털 세대의 놀이라고 합니다.
오랜 논란이 지금 다시 불거진 이유는 세계보건기구가 5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질병으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질병이냐 놀이냐에 있어 핵심은 게임 장애의 진단 기준입니다. 질병 등록을 주장하는 쪽은 게임도 물질중독처럼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하는 등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질병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합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진단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임상연구 근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알코올 등의 중독물질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게임에 대해 동일한 진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의 신산업과 문화까지 저해한다고 합니다.
상호불신은 극단적입니다. 한국게임학회는 올해 세계보건기구가 질병 코드를 만드는 것은 중독정신의학계의 로비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양쪽의 갈등은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지만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과학적 기준을 만들지 못했지요. 기준이 없으니 갈등이 폭발해도 합리적 해결이 안됩니다. 관점 차이가 충돌로 번지는 이유입니다.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진단 기준 연구에 착수해야 합니다.
인류 최고 스승의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 생존 당시 필기가 등장해 유행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글쓰기 유행에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필기가 사람들의 기억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한탄했지요. 그러나 이후 인간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디지털을 통해 경험하는 논란 많은 현상도 결국 인류 진화의 한 방식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영삼 동명대 교수(정보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