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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방콕’하는 불안한 시간,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

등록 2020-03-29 19:27수정 2020-03-30 10:06

코로나19 앞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새 출발을 준비하던 신중년의 걱정이 크다. 퇴직을 앞두고 준비해오던 미래 계획도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이미 자영업을 했던 선배들도 파리만 날리고 있는 판이 아닌가. 더구나 어쩔 수 없이 ‘방콕’해 있어야만 하니 고민은 더 깊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때는 그냥 쉬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먹고 살 방도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편히 쉴 수 있겠는가. 역설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도 있다. 불안할수록 고요함을 추구해보는 것이다.

사실 고요한 마음이야말로 강력한 백신이다. 전염병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의료적 대응보다는 마음백신이 더 주효할 수 있다. 생명활동을 하는 인간은 외부 세계와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마다 불안에 초조함을 더해서 산다면 없는 병도 생긴다. 한계상황에서는 마음 내공을 갖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백신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집에 있되 텔레비전을 끄고 스마트폰을 놓아보는 것이다. 충만한 오프라인의 삶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집 밖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자. 대신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아보자. 배우자의 눈을 처음 만남 때처럼 바라보고, 불안 속에서도 동경과 설렘 가득한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어주자.

함께 낭송을 하고 음악을 듣고 춤추는 등 그동안 하지 않던 방식의 교감도 좋다. 그리고 또 함께 소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바빠서 지나친 소중한 것들을 되찾는 것이다.

내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찌 될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왕성한 사회활동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봄이 오듯이 언젠가 일상은 회복된다. 자신에게 더 깊이 귀 기울이고 더 대화했기에 더 치유받았고, 지금 더 알차게 살고 있다고 회고할 날이 올 것이다.

고영삼 ㅣ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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