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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황사의 경고

등록 2018-05-18 11:08

김훈 기자
김훈 기자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3월 25일 한겨레신문 14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송강 정철(1536~1593)의 절창(장진주사)은 저승에서는 누런 해가 뜨고 흰 달이 진다고 노래한다. 송강의 노래에서, 죽음의 시간 속을 흘러가는 저승의 해는 누렇다. 누레서, 더 이상 세상을 비추지 못한다. 누런 해는 죽어버린 시간의 흔적일 뿐이다.

이승의 하늘에 누런 해가 떴다. 황사가 내습한 대도시에서, 해는 녹슨 구리 동전처럼 보였다. 북한산과 관악산이 어디론지 불려갔고, 거리의 비둘기들도 보이지 않았다.

황사 낀 날 밤에 대도시를 돌며 야근을 했다. 도시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아가미를 벌떡거렸다. 재앙의 먼지에 휩싸인 대도시의 불빛은 총기를 모두 잃고 몽롱했다. 빌딩들은 신기루 위에 둥둥 떠서 표류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클라마칸과 고비사막을 건너서 황사는 몰려온다. 문명의 힘과 아름다움이 건너오던 실크로드의 상공을 따라서 죽음의 먼지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각자가 알아서 조심하라고,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속수무책이 대책인 것이다. 자연은 평화롭지 않고 자연은 인자하지 않다. 자연은 잔혹하고 무자비하다. 자연은 그 자연성을 더럽힌 자들을 가혹하게 보복한다. 황사는 때늦은 뉘우침을 일깨우는 예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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