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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김훈 칼럼] '아줌마'와 미인대회

등록 2018-05-18 13:22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5월 9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아줌마'라는 호칭의 사회적 이미지는 '무디고 펑퍼짐하다'이다. '아줌마'는 성적 긴장이 풀어져 가는 중년여성들에 대한 이 사회의 비칭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자유가 아닌, 억압으로 이뤄지는 사회에서 '아줌마'는 특수한 인종집단을 지칭하는 말로 들린다.

이 '아줌마'가 여러 분야에서 여성성의 중심부를 탈환해가고 있다. 전국의 미녀대회는 날이 갈수록 시들해져 간다. <문화방송>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 2000년부터 '사과아가씨'를 없앴고 '사과아줌마'를 뽑고 있다. 실제로 사과를 재배하는 30~50대 여성 농민들 중에서 뽑는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아줌마들이 많은 상금을 요구하지 않아 행사비용이 12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선발된 뒤에도, 사과농사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새침떼기 미녀들보다는 이 농사꾼 아줌마들이 스스럼없이 관광객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홍보 효과도 커졌다고 한다.

자본의 힘은 미녀들을 찬양해서 억압하고, 아줌마들을 폄하해서 억압한다. 그래서 아줌마의 해방은 곧 미녀의 해방과도 같다. 몸과 삶이 맞닿아 있는 것이 아줌마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삶으로부터 유리된 몸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사회에서 아줌마들의 싸움은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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