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이 순간] 제주 바다숲 사라져가고…“아열대 물고기가 절반”

등록 2021-10-08 05:00수정 2021-12-27 16:34

‘사라지는 제주 바다숲’
제주 서귀포시 자구리 해안 인근 바닷 속이 사막처럼 삭막하다. 자세히 들여보면 빛단풍돌산호, 거품돌산호 등이 바위를 덮고 있다. 서귀포/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주 서귀포시 자구리 해안 인근 바닷 속이 사막처럼 삭막하다. 자세히 들여보면 빛단풍돌산호, 거품돌산호 등이 바위를 덮고 있다. 서귀포/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때아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10월 제주도는 낮 최고기온이 31.1도까지 올라 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하는 이상 고온과 가을 열대야까지 나타났다. 지난 5일 찾은 제주 서귀포 자구리 해안 바다 온도는 2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한 계절 늦다지만 가을 바다라기에는 너무 따뜻했다. 자맥질을 하며 물속으로 빠져들자 파도에 춤추는 감태숲이 다이버들을 맞이했다. 감태(제주도에 서식하는 나무 모양의 갈조류로 전복의 주요 먹이가 된다)에 감탄하며 조류를 헤치자 이내 황폐한 돌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방폭포 아래 돌밭은 아열대 바닷속 산호로 대표되는 빛단풍돌산호, 거품돌산호, 그물코돌산호로 덮여 있었다. 암반 위를 덮은 돌산호로 감태나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와 작은 생물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바다생물들의 영양소이자 작은 생물들의 안식처인 바다숲이 사라지고 있었다.

1990년대 초 제주 바다 일부 지역에서 관찰되던 열대 산호가 지금은 제주도 연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제주 바다의 아열대화 현상으로 토착종인 감태, 모자반 등 갈조류는 줄고 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홍조류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아열대 지표종인 그물코돌산호가 제주 연안, 즉 마을어장의 암반을 차지하는 면적은 12~15% 정도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서귀포 자구리 해안 인근 거품돌산호. 백소아 기자
서귀포 자구리 해안 인근 거품돌산호. 백소아 기자

산호뿐 아니라 제주 바닷속 물고기 절반이 아열대 어종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확인된 아열대 어종만 87종으로 출현 비율이 48~52% 정도로 제주 물고기 반 이상이 아열대 어종인 셈이다. 20여년 동안 제주 바다를 지켜본 김원국 다이버는 “2000년대 초반 간간이 발견됐던 아열대 물고기들이 이제는 흔해졌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니모로 유명한 대표적 아열대 물고기 흰동가리는 2~3년 전 문섬에서 한 쌍이 처음 발견됐는데 이제는 섶섬, 범섬 등 서귀포 바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귀포 문섬 인근에서 아열대 물고기인 범돔이 떼를 지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귀포 문섬 인근에서 아열대 물고기인 범돔이 떼를 지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귀포 자구리 해안 바닷 속 열대 어종인 점쏠배감펭이 다이버를 따라 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귀포 자구리 해안 바닷 속 열대 어종인 점쏠배감펭이 다이버를 따라 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귀포 문섬 인근 바닷 속 열대 어종인 줄도화돔(왼쪽)과 청줄돔(오른쪽)이 연산호 속으로 숨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귀포 문섬 인근 바닷 속 열대 어종인 줄도화돔(왼쪽)과 청줄돔(오른쪽)이 연산호 속으로 숨고 있다. 백소아 기자

지난 50년간 제주 바다 표층 수온은 1.23도 올랐다. 전세계 바다 평균 상승 온도 0.48도의 2배 이상이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제주 바다는 오키나와, 필리핀, 대만 같은 아열대 바다로 변하고 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기에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단언할 수 없지만 10년 뒤의 부산 바다가 지금 제주 바닷속 모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고준철 제주수산연구소 연구원은 “아열대 생물의 제주도 연안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제주 바다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세부적인 정책,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자구리 해안 끝 동방파제에서 물질을 마친 해녀의 뒷모습. 백소아 기자
자구리 해안 끝 동방파제에서 물질을 마친 해녀의 뒷모습. 백소아 기자

물질을 마치고 올라온 해녀가 자구리 해안 방파제에서 한숨인 듯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라가 예전 같지 않아.” 해녀 옆에는 소라가 절반쯤 찬 망사리(그물망)가 놓여 있었다. 제주 바다의 변화는 바닷속 생명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위기일지도 모른다.

서귀포/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1년 10월 8일자<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이승만 건설, 박정희 도약, 전두환 선진국”…서대문구, 뉴라이트 강좌 채비 1.

[단독] “이승만 건설, 박정희 도약, 전두환 선진국”…서대문구, 뉴라이트 강좌 채비

“육아휴직 쓸 거냐” 정규직 전환 면접 때 묻더라고요…으, 짜증! 2.

“육아휴직 쓸 거냐” 정규직 전환 면접 때 묻더라고요…으, 짜증!

“가수 김장훈 덕에 5일간 매출 1500만원”…‘돈쭐’난 가게 사연 3.

“가수 김장훈 덕에 5일간 매출 1500만원”…‘돈쭐’난 가게 사연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에 뜨뜨미지근한 민심…왜? 4.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에 뜨뜨미지근한 민심…왜?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5.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