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계와 기후단체들이 모두 반발하는 가운데 18일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심의·의결됐다. 지난 5월말 탄중위 출범 이후 142일 만이었다. 최종안을 언론에 공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윤순진 탄중위 민간 위원장은 최종 시나리오 2개안(A·B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온라인으로 열었다.
브리핑은 23분 만에 끝났다. 질문은 <한국방송> 기자가 한 질문 2개가 전부였다. 윤 위원장은 퇴장하기 전 “기자분들께서 질문을 좀 더 많이 해주셨으면 좋았는데, 앞으로도 기회는 열려있다”며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모든 해결책이 완비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사회 주체가 이제부터 우리의 목표로 받아들이고 지혜를 모으면서 함께 풀어나가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고 많은 기술 발전과 또 인식의 변화, 생활 양식의 변화가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마지막 발언을 했다.
이날 윤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이 없다고 아쉬워했지만, <한겨레>가 환경부를 통해 전달한 질문 10개는 누락이 됐다. 환경부·탄중위에 문의해보니, 탄중위 사무관의 단순 실수였다고 한다. 환경부를 통해 질문을 수집했는데 <한국방송>과 <한겨레> 기자 2명만이 질문을 했고, 메신저를 통해 질문을 전달받은 탄중위 사무관이 <한겨레> 질문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이 날 탄중위의 시나리오 최종안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최종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고자 했던 청년기후단체 소속 한 청년은 브리핑을 본 뒤 “기자들 질문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브리핑 다음날인 19일 저녁에야 10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들을 수 있었다. 언론은 먼 미래의 일에는 관심이 적다. 그러나 기후위기 문제는, 오늘의 노력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짐으로 부메랑처럼 날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을 질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탄중위의 답변을 남겨두기로 했다.
브리핑 다음날에야 들은 대답 “청년들의 시나리오를 따로 적은 건…”
해외감축 비중이 너무 크다는 비판에도 2030년 NDC의 해외 감축 비중을 3천만톤 이상으로 유지한 것에 대해 탄중위는 “탄중위 내부에서도 국외 감축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감축 수단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외 감축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업에서의 산림훼손 의혹 등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며 오는 11월 영국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나 구체적 규정이 정해지는데 현재의 목표 구상이 현실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세부지침이 마련되면 보다 명확해지도록 개선해가겠다”라는 원칙적인 답변만 했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가스 발전의 감축 속도가 세계 수준과 비교해 너무 느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2018년 석탄과 엘엔지(LNG) 발전량은 41.9%와 26.8%에서 2030년 21.8%과 19.5%로 줄어든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같은 기간 6.2%에서 30.2%로 증가하는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기간이 오래돼 폐쇄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며 현재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전환이 우리만큼 어렵지 않다. 영국은 1968년에 건설된 것도 있다”며 선진국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가스 발전이 남아있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B안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란 반드시 가야할 모습이라기 보다 다른 가정 하에서 다른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술 발전의 혁신성을 고려해서 선택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답했다.
2050 시나리오 최종안이 모두 석탄화력발전이 0이라는 것과 관련해 2030년 이후 탈석탄 시점을 언제로 내다보고 있냐는 질문에는 “시기는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석탄발전의 중단시기는 전력수급 상황, 법·제도적 측면 등을 고려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석탄발전 조기 중단을 위해서는 탈석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법적 근거와 정당한 보상방안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산업계의 2050년까지 감축량을 보면, 현재 배출량의 81%를 줄여야하지만 5100만톤의 추가 배출량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탄중위는 “일부 산업의 경우 기술적 어려움, 자원 수급, 물리적 한계 등으로 잔여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농축수산 부문의 감축 비율이 적다는 지적에는 “농업 분야는 온실가스 발생 특성과 식량 안보 등을 고려할 때 감축이 쉽지 않다”며 “작물 생산, 가축 사용 과정에서 생물 작용에 의해 온실가스가 발생되므로 타 산업분야와 달리 완전한 감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기후단체 소속 청년들이 과학자들의 판단을 근거로 2040년 탄소중립을 요구하며 제출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부록으로 탄중위 최종안에 수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시나리오보다 더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의견도 있음을 알리고, 정부도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향후에도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탄중위는 “청년 시나리오에는 부문별 감축 수단이나 감축률 등에 대한 제안이 부족해 시나리오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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