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장 카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코로나 19 로 사상 처음 한 해를 건너 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 는 코로나 19 로 인해 개막 여부조차 불확실했다 . 그러나 G20 국가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해졌다.
막상 유엔과 의장국인 영국이 행사에 참여하는 전세계인들 상대로 적용하는 코로나19 방역 수준은 엄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총회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로 가는 길부터 수월치 않았다. 우선은 입국 72 시간 전 한국에서 코로나 19 영문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했다 . 일반 보건소에서는 영문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형병원을 찾아 10 만원의 검사비와 2 만원의 영문증명서 발급 비용을 지불하고 이튿날 증명서를 받아왔다 . 영국에서 머물 주소 등록 등 승객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 (PLF·Passenger Locater Form) 도 따로 꼼꼼히 작성해 정부에 제출했다 . 이 두가지 서류는 코로나 19 백신 접종 완료자 확인증과 함께 경유하는 공항과 COP 행사장 출입 때까지 항상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했다 .
현지시각 10 월 30 일 늦은 밤 입국한 뒤 일어나서 처음 한 일은 코로나 19 자가검진 키트 사용법을 숙지하고 이행하는 일이었다 . 중국산 키트로 개인이 면봉을 사용해 코 안쪽에 깊이 넣어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있다 . 영국 시민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약국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 키트를 행사장에 출입하는 이들은 매일 아침 활용해 음성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 키트에 달린 큐알(QR)코드를 통해 결과가 자동으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NHS) 에 등록되고, 확인 메일을 받으면 입장이 가능하다. 입국 2 일차에는 스스로 Day-2 PCR 검사를 한 뒤 검체를 제출하고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 만약 양성으로 확인되면 10 일 동안 격리된다 .
11월 글래스고 날씨와 교통 통제에 놀라지 않기
사전행사 개막이 있는 31 일 아침 글래스고가 방문객에게 건넨 인사는 겨울비와 바람이었다. 우산이 뒤집혔고 , 우비를 입었어도 얼굴은 금세 빗방울로 덮였다 . 손은 금세 차가워졌다. 날씨를 검색해보니 체감온도가 4~5 도에 그쳤다 . 한국은 가을 더위로 모기에 시달리다 갑자기 가을 한파가 닥치고 최근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를 되찾았는데, 글래스고에 오니 이미 겨울이 시작됐다. 실제로 글래스고는 31일부터 서머타임이 끝나고 윈터타임이 적용됐다.
게다가 인구 60 만 도시 전체가 COP26 때문에 잠시 멈춰선 듯 도로 곳곳을 형광 노란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막아서서 행사 출입증을 검사한 뒤에야 보내줬다 . 총회의 공식회의장인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Scottish Event Campus)가 있는 ‘ 전시센터역 (Exbition centre station)’ 에 내려 SEC 행사장 옆 호텔로 코로나 19 자가검진 키트와 PCR 검사를 받으러 가려면 여권 , 출국 전 등록한 COP26 입장용 아이디( ID) 등을 경찰 등에게 보여준 뒤에야 들어올 수 있었다 .
비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이날 오전 행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며 COP26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행사장 입장 후 등록한 뒤 받는 기념품은 코시국답게, 손세정제와 물티슈 , 필터 교체용 마스크였다 . 스코틀랜드 정부가 LGBT 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배포한 무지개색 목걸이를 하는 행사 관계자도 있었다 .
COP26 행사장 안 프레스룸. 알록샤마 영국 COP26 의장(오른쪽 두 번째 발언자) 등이 현지시각 31일 오후 COP26의 의미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장난이 아냐 ” 만화처럼…세계기상기구, 식량 위기 경고
행사에 온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참여하는 정부 (Party)와 참관인 (Observer), 준대표단 (Overflow), 언론 (Press) 등으로 구분됐다. 세션장 밖 곳곳에서 노트북을 켠 채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되는 세션의 영상을 확인하는 이들이 많았다 . 행사장으로 입장한 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 이야기가 그려진 벽면이 눈에 띄었다. 주제어는 “ 장난이 아냐 (No Joke)” 였다 .
결코 장난일 수 없는 기후위기. 이날 세계기상기구 (WMO) 는 올한해 전지구적으로 일어났던 북미 폭염과 서부 유럽의 폭우, 남아메리카 가뭄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극단적 기상현상으로 인한 식량난 등 사회문제를 예고했다. 올해 인구 전체의 9%인 7억1000만명이 기아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고됐고, 식량위기 상황을 겪는 이들이 지난해 1억3500만명에서 올해 8월 1억610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NDC) 에 포함시킨 국외 감축 부분과 관련한 파리협정 6 조관련 세부 이행 규칙을 논의하는 협의는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이날 합의됐다 . 또 기후변화로 인해 군소도서국가나 저개발국가들의 손실과 피해회복을 돕는 재정마련을 하고자 온실가스 주요배출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가동된 국제합의인 ‘바르샤바 메커니즘’(Warsaw international mechanism for loss and damage)을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됐다.
이곳 시각 1일 오후부터 2일까지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등 전세계 정상들이 글래스고에서 만난다. 정치인들의 말잔치로 머물지 않도록, 겨울비에도 맞서, 여러 단위의 움직임이 COP26 행사장 안밖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글래스고/글·사진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글래스고 철도에는 탄소배출량 0이라고 홍보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COP26 행사장 내 설치된 벽면 만화. COP26에서 들려오는 “속보”를 전하는 남자를 향해 여성이 “26년 더가 아니라, 당장 행동을 해야 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말만 앞서고 탈탄소에 적극 나서지 않는 세계 정상과 기업가 등을 향해 하는 말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