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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활동가들이 세계 정상들 다 떠난 뒤 글래스고에 온 이유는

등록 2021-11-04 16:15수정 2022-01-06 13:32

[COP26 글래스고 통신 11]
정상세션 폐막 뒤 실무협상 등 본격화
파리협정 6조 이행규칙 합의 최대 쟁점
선진국-개도국 힘겨루기는 계속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영국 보리슨 존슨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났다. 연합뉴스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영국 보리슨 존슨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났다. 연합뉴스

3일 오전(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는 여전히 블루존(정부 대표단 중심 논의가 진행되는 곳)으로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 시간까지 30분씩은 줄을 서야 했다.

세계 정상들이 국제메탄서약 가입을 끝으로 2일 오후 속속 글래스고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이유는, 폐막일인 12일까지 본격적인 실무협상 등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노조 활동을 40여년째 해온 ‘수’도 3일에야 글래스고로 왔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소외되고 탈락하는 노동자들을 보호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파리협정에 전환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의로운 전환' 문구가 포함됐지만 세부적 내용이 빠져있는 것을 문제로 본다. 따라서 이 문제를 제기해 구체화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4일부터 관련 세션에 참여해 발언할 예정이다. 특별정상회의로 시작했을 뿐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게 이번 COP이다.

남은 총회 일정 동안 실무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아 정상들이 먼저 찾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15년 이후 지금껏 합의를 보지 못한 파리협정 6조 관련 이행규칙들을 이번 총회에서 도출할지를 큰 과제로 두고 있다. 비공개회의로 전면 전환할 만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지원을 끌어내도록 설정되어야 하고, 선진국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과 에너지로도 탄소 감축 성과를 많이 인정받아야 하는 일종의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세세한 문구 조정이 정밀하게 필요하다. 때문에 전체 선언문 공개나 최종 평가가 공식 폐막일을 하루 이틀 넘겨 가능했던 COP의 전통은 올해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OP의 역대 최대 성과로 꼽히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의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개막 초기였던 그 해 11월30일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지만, 막상 파리협정은 12일 뒤에야 채택됐다.

과거엔 총회 마지막을 정상들이 장식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09년 15차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월20일에 열렸던 폐막일 사흘 전에 덴마크에 들러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때는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2009년 코펜하겐, 2013년 바르샤바, 2015년 파리, 2019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총회에에 참여했던 안병옥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은 “보통 첫번째주는 실무회의를 보통하고 두번째 월요일부터 고위급 회의가 시작된다. 두번째 주에 유엔사무총장이나 주요국 지도자들 연설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며 “올해처럼 앞부분에 정상 연설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정상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얼굴을 마주 보는 연례행사는 주로 연말이 다 된 가을 무렵부터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달 말 폐막한 주요 20개국 협의체(G20)와 오는 8일 정상회의 주간을 맞이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그리고 COP는 매년 하반기에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와 외교관계의 복잡한 셈법 속에 각국이 경제, 산업적 실리와 명분을 챙기려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보통 G20과 아펙(APEC)은 정상선언문이 나오기까지 한 해 내내 준비 과정을 거친다. G20은 올해 2월 G20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는 회의를 시작으로 6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회의, 7월 환경, 기후, 에너지장관 회의, 9월 보건, 농업 장관 회의를 거쳐 10월 통상장관 회의까지 마친 뒤인 10월 말에야 정상들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모였다. 7월 장관회담까진 없던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문장이 그나마 정상들 논의 뒤 G20 선언문에 추가될 수 있던 배경이기도 하다. 뉴질랜드가 올해 의장국인 APEC도 2월 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6월 통상장관회의, 8월 식량안보장관회의, 9월 여성과 경제 포럼, 10월 재무장관 회의를 거친 뒤 정상들이 만난다.

COP는 다소 상황이 복잡하다. 2주라는 단기간 동안 기후변화라는 단일 주제로 모이는 정치적 총회라는 점, 그러면서 동시에 탄소감축이라는 목표 실현 방안을 국가간, 산업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반영해 도출해야 하는 경제산업적 총회라는 점이 뒤섞인 탓이다.

1~2일 정상회의를 통해 130여개 국가 정상들은 자국의 기후위기 대응 목표와 과정을 세계에 공표했다. 그리고 세계산림보호와 메탄감축 서약에 각각 100개국 이상이 동참했다. 정치적 총회는 끝났지만, 말하자면 경제산업외교적 총회를 이제 남겨둔 셈이다.

글래스고/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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