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COP26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UNFCCC 유튜브 갈무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연설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행동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 기후운동가들은 “오바마가 약속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대응기금 지원 또한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했다”고 되레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COP26이 열리는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회의장 주변은 오바마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둔 낮 1시30분께부터 약 40분 동안 시민과 취재진들은 회의장 주변에 설치된 펜스 밖에서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든 채 그가 등장하길 기다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부분 국가들이 6년 전 파리에서 설정한 행동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의 이행은) 1.5도 이상의 온난화를 막기 위해 실천된 것으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또 COP26에 참석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세계 최대 배출국인 이들 정상이 회담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특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각국의 기후대응에 분노하는 청년 기후운동가들을 향해서는 “계속 분노하길 바란다”며 이 분노를 활용해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에 맞서 더 많은 행동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라고 당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했지만, 청년 기후운동가들은 미국 또한 과거 대통령 시절 COP에서 한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등에 속한 청소년 기후운동가들은 이날 오바마의 방문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개발도상국에게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동원하는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FFF 소속 우간다 출신의 청년 기후운동가 바네사 나카테. 김민제 기자
케냐에서 온 기후운동가 케빈 므타이는 “(개도국 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오바마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에게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고 이런 일들에 우리는 매우 지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가 제발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남부 국가들에게 재정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소속 기후운동가 바네사 나카테(우간다)는 “오바마를 포함한 세계 지도자들은 2020년까지 기후재정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2021년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약속이 이행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확히 말해 1000억달러 지원은 최소한이고 우리에게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오바마를 향해 “우리에게 돈을 달라”(Show Us The Money)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글래스고/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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