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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COP26 초안 ‘맹탕’ …툰베리, 유엔에 “기후 비상상황 선포” 청원

등록 2021-11-11 15:50수정 2022-01-06 13:42

[COP26 글래스고 통신 28]
“내년 말까지 추가로 감축하고
2023년 정상들 다시 모이자” 수준
미·중 협력도 구체성 떨어져
10일(현지시각)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언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언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국과 영국처럼 세계 리더로서 자리잡고자 하는 나라가 있고, 인도처럼 이들 나라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춰주는 나라가 있고, 중국처럼 이 논의에서 몸을 숨기는 나라가 있다.

9~10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그 중에서도 정부 중심의 논의가 이어지는 블루존을 중심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존 케리 기후특사가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석탄을 퇴출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4일 이번 COP26의 최대 이벤트로 꼽힌 석탄 퇴출을 약속하는 성명에 불참했다. 선진국에 2030년대 탈석탄 시점을 제안하고 있는 성명서에 서명을 해놓고도 성명에서 제안한 탈석탄 시점에 동의한 적 없다고 딴소리를 하는 한국 정부과는 정반대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의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미국내 사정을 잘 아는 기후운동가들은 미국 정부가 서명을 하더라도 상원의 반대로 통과가 안 될 경우를 고려해 언론을 통해서 해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재감이 적다. 시진핑 주석은 총회에 불참했고, 각국 기업과 산업을 소개하며 투자처를 알리는 행사장(‘파빌리온')에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홍보관도 없다. 오로지 민간 재단이 운영하는 홍보관이 있을 뿐이고 주로 강연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모습이다. 그런 배경에서 10일(현지시각) 알려진 미·중 기후변화 대응 협력 소식은 깜짝 뉴스였지만, 내용은 역시나 부실했다.

폐막 앞두고 공개된 초안에는 무슨 내용이?

같은날 영국 정부와 유엔 쪽이 공개한 COP26 선언문의 초안 역시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을 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행사를 강행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고자 한 영국과 미국은 COP26에 대한 박한 평가에 좌절하는 모양새다. 초안은 폐막일까지 더 수정될 수 있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의 평가는 이미 확정된 듯 하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활동가들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해줄 것을 청원하며 더욱 세계 정상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 홈페이지에 공개된 COP26 공식 선언문 초안은 8개의 큰 주제 아래 84개 문장이 나열돼있다. 과학적 판단, 개발도상국을 위한 금융과 재정 지원, 협력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망라돼있다.

문제는 더 절박해진 사정에 따른 기대와 달리,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기존 경고가 반복된다. 비용편익 측면을 고려할 때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임계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할 뿐이다.

결국 현재까지 공개된 초안에는 이미 과학자들이 경고한 대로 2030년까지 각 국가에 2010년 배출량 대비 45% 이상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내년 말까지 2030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론을 봐도, 내년까지 추가로 감축하고 2023년 정상회의를 다시 열자고 제안한 수준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국제탄소시장 등 남은 파리협정 이행규칙 관련해서는 논의에 참가하는 단위 곳곳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손실을 입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물음표다. 협상이 덜 끝난 탓이지만 비관 일색이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국 정부 관료는 “개도국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위한 지원을 요구하고, 선진국은 이를 또 방어하기 위해 매우 치열한 논의가 이어진다.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COP 참여 경험이 있는 이성조 국회기후변화포럼 사무처장은 “최종 선언문은 공식 폐막일을 하루나 이틀 지나 공개된다. 그만큼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같은 날 공개된 미국과 중국의 협력문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년대 기후행동 강화에 관한 미·중 공동 글래스고 선언’을 보면 양국이 “파리협정이 합의한 온도 제한(1.5도)을 도달 범위 내에서 유지하기 위해 COP26 이상의 구체적 조치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미국과 중국이 기존에 발표한 약속들을 재나열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메탄 감축과 관련해 양국은 내년 상반기 회의를 통해 화석연료와 농업 부분에서 주로 배출되는 메탄 측정과 감축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미·영이 주도해 성사시킨 국제메탄서약에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이 불참하며 실효성이 떨어지리란 비판이 나오자 미·중이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미래의 과제로 남겨진 것은 여전했다.

게다가 미중 협력을 특별한 뉴스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안보 전략 지침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중국 또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미중의 기후변화 협력 합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전체 미중 전략적 경쟁구조의 변화를 나태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세계 정상들의 무너진 리더십…미래세대 발언 더욱 힘 실려

그나마 최초로 석탄을 지속적으로 감축하자는 조항(37번째)이 포함된 것이 초안을 통해 본 이번 COP의 성과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미래세대의 비판은 호되다. 큰 판을 벌려놓고 정작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 세계 정상들의 무너진 리더십과도 대비된다. “더이상 어쩌구저쩌구 하지 말아라”, “우리가 리더다”라고 외치며 이번 COP26 기간 내내 취재진을 구름처럼 몰고 다녔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청소년기후활동가 13명과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세계 정치인들의 말잔치를 비판하며 코로나19와 준하는 비상상황을 세계에 알릴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유엔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코로나19때와 마찬가지로 레벨3의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것은 유엔에서 최우선 안건으로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엔의 자원과 인력을 신속히 배치해 기후재해에 가장 취약한 국가에 원조를 하고 과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을 파견할 수 있다. 이것이 각 국이 배출 감축 공약을 이행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에 참여한 인도의 14살 기후운동가 리디마 팬데이(Ridima Pandey)는 “COP26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큰 약속만 했다. 이 탄원서를 제출해 우리가 정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5일 영국 글래스고 조지광장에서 수만명의 대중 앞에서 발언 중인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EPA/연합뉴스
5일 영국 글래스고 조지광장에서 수만명의 대중 앞에서 발언 중인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EPA/연합뉴스

비판이나 직접 행동 대오에 미래세대만 선 건 아니다. 초안에서 재정, 적응, 손상 등 기후변화로 파생되는 주요 문제의 예를 들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 특히 2030년 이전 또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두고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일방적인 (선언) 문서”라며 “석탄과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한다는 것은 발전적이나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모하메드 아도 ‘파워시프트 아프리카’ 총괄은 “(정상들은) 긴급함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내년까지의 (감축) 약속은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노력하지 않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파리협정 때 노력하기로 한 1.5도를 위한 개선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2023년이 아닌 내년 말에 세계 지도자들을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래스고/최우리 김민제 기후변화팀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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