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본 자연눈(왼쪽)과 인공눈.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중반에 접어든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사상 처음 100% 인공눈으로 치러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공눈이 없이는 올림픽을 치르지 못하고, 인공눈 생산에는 막대한 물과 전기가 들어가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홍역을 앓은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는 80%를 인공눈으로 채웠고, 2018년 평창올림픽 때도 90%가 인공눈이었다.
지난달 캐나다 워털루대는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80년께 기존에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21곳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올림픽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노르딕복합 1호 국가대표’ 박제언이 지난 9일 오후 중국 장자커우 국립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노르딕 복합 개인전 경기를 앞두고 연습 점프를 하고 있다. 비상한 박제언 너머로 스키점프 센터 관람석과 장자커우 국립 바이애슬론 센터의 전경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사용된 눈을 100% 제설기로 생산했다. 연합뉴스
인위적으로 빙설을 처음 만든 건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겨울올림픽 때였다. 당시 눈이 오지 않자 오스트리아는 군대를 동원해 2만개의 얼음덩이와 4만㎥의 눈을 공수해 경기장을 만들었다. 기계로 만드는 인공눈은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에서 처음 사용됐다.
눈을 제조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환경비용이 들어간다. 중국은 이번 겨울올림픽에 눈을 만드는 데만 2조원의 예산과 1억8500만리터의 물을 사용했다. 1억명이 마실 식수와 맞먹는 양이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뒤 눈을 녹여 재사용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40%는 증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자연눈과 인공눈은 다르다고 말한다. 소치와 평창에 눈을 공급했던 미국 에스엠아이제설회사의 조 밴터켈른 사장은 “기계로 제조한 눈으로 진짜 눈”이라고 미국 인터넷언론 <복스>(VOX)에 말했다. 하지만 켄 리브레히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인공눈이 과학적으로 정확한 용어”라고 반박했다.
인공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물을 압축공기와 혼합한 뒤 혼합물을 비스듬히 뿜어낸다. 물이 내려오면서 얼어 슬로프에서 하얀 물체로 변한다. 반면 자연눈은 지름 몇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의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된다. 이 핵을 중심으로 공기 중 먼지나 이물질들이 달라붙어 눈이 만들어진다. 핵이 주변 공기에서 수증기를 흡수하면서 안에서 바깥쪽으로 자라 완벽한 대칭적인 프랙탈(전체를 부분으로 쪼갰을 때 부분 안에 전체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기하학적 도형) 곧 눈송이를 형성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두 눈의 차이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인공눈은 눈송이가 아니라 마치 얼음 알갱이처럼 보인다. 또 인공눈은 얼음 30%, 공기 70%인 반면, 자연눈은 얼음 10%, 공기 90%이다.
제시카 머프리 텍사스에이엔엠대 교수는 “기후변화 때문에 인기를 모은 제설기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해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제설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겨울스포츠 가격이 인상돼 이미 엘리트주의로 평판을 받는 스노스포츠(눈 위에서 이뤄지는 스포츠)를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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