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2개 공항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거나 10%도 채우지 않은 채 이륙하는 ‘유령 비행’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중 1만5천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대표 공항인 히드로공항이 가장 많아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4910대의 유령 항공기가 출발했다고 <비비시>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음으로는 맨체스터공항(1548대)과 개트윅공항(1044대)이 뒤를 이었다. 국내선을 제외한 국제선에 국한한 통계임에도 같은 기간 월평균 760대가 유령 비행을 했음을 보여준다.
항공 운항은 가장 탄소집약적인 행동의 하나로, 유령 비행은 기후위기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최근 공항의 착륙권을 확보하기 위해 3월까지 1만8천회의 ‘불필요한' 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귀중한 착륙권을 잃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영국 공항을 이륙한 ‘유령 비행’ 횟수. <비비시>(BBC)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착륙권 80%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은 전면 중단됐다. 항공사들은 착륙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1만4472회의 유령 비행을 한 것이다.
의회 요청에 따라 이번 통계를 제출한 로버트 코츠 영국 항공장관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적은 승객으로 비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이래 정부는 착륙권 규제를 풀었다. 항공사들은 기존 착륙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승객이나 소수의 승객를 태우고 비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앨릭스 소벌 노동당 의원(넷제로초당그룹 의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부문이 탄소배출량 측면에서 효율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착륙권 규칙은 지난해 10월 일부 복원돼 50%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3월말까지는 70%까지 복원될 예정이다. 탈비행 행동단체인 ‘플라이트 프리’ 활동가인 애나 휴즈는 “착륙권 유지가 필요없는 상황에서도 1만4천여편의 빈 항공기가 영국 공항을 이륙했는데,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항공기가 빈 채로 비행할지 모르겠다. 모든 비행이 기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수요를 줄이고 비행연료세를 올리거나 열차로 대체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결정자는 빈 항공기 운항을 금지함으로써 손쉬운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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