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폐쇄가 완료된 독일 바이에른주의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위키미디어 커먼스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러시아의 위협이 독일의 탈원전 계획을 바꾸게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미디어 네트워크인 <유랙티브>는 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가스 공급 중단을 위협하면서 불거진 에너지 안보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이 이끈 독일 보수연립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3개월 만인 2011년 5월 원전 17기 가운데 8기를 즉시 폐쇄하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폐쇄하는 단계적 탈원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원자력법에 담겨 계획대로 진행돼 현재 독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3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계획대로면 남은 원전 3기도 올해 말까지 폐쇄돼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근 가스 공급 중단을 위협하면서 독일 내부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탈원전 일정을 바꿔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원전 활용 방안을 검토한 독일 정부는 8일 현재 남아 있는 원전을 내년 이후에도 계속 가동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권장할 수 없으며 이미 폐쇄된 원전들을 재가동하는 것도 너무 늦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유랙티브>는 전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8일자 성명에서 “우리는 원전들을 더 오래 가동하는 것이 현재의 외교 정책 상황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매우 주의 깊게 다시 검토했으나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것은 우리를 도와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한 평가는 하벡이 이끄는 독일 경제부와 스테피 렘케를 수장으로 하는 환경부에 의해 수행됐다. 둘은 모두 녹색당 출신이다. 두 부처는 현재 남아 있는 3개 원전의 가동 기간을 계획보다 연장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2009년에 마지막으로 이뤄진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하고 △최신 안전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하기 위해 상당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러한 추가 조처를 이행하는 데만 3~5년이 걸린다는평가다.
독일 경제부와 환경부는 가스 부족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2028년까지 다른 옵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유랙티브>는 전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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