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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탈원전 보상금 3조3천억 원전업체에 지급 합의

등록 2021-03-11 11:28수정 2021-12-30 14:51

2022년 탈원전 따른 발전 손실·투자비 반영
경제성 있어도 폐쇄…월성1호기 논란과 대조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앞 줄 맨 왼쪽에 있는 돔 형태의 작은 건물이 A호기 원자로, 오른쪽에 있는 낮은 원통형 건물이 왼쪽부터 B와 C호기 원자로다. 뒤에 서 있는 잘록한 형태의 높은 구조물은 냉각탑이다. A호기와 B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C호기는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앞 줄 맨 왼쪽에 있는 돔 형태의 작은 건물이 A호기 원자로, 오른쪽에 있는 낮은 원통형 건물이 왼쪽부터 B와 C호기 원자로다. 뒤에 서 있는 잘록한 형태의 높은 구조물은 냉각탑이다. A호기와 B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C호기는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독일 정부와 원전 운영업체들이 최근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 보상금으로 정부가 약 24억유로(약 3조3000억원)를 지급한다는데 최종 합의했습니다. 외신들은 4개 원전 운영업체가 이 보상금을 나눠 받기로 합의했으며 탈원전과 관련해 2011년 이후 이어온 모든 소송을 철회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내년 말까지 이행하기로 한 독일의 탈원전이 더 이상 갈등 없이 마무리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독일 정부는 “오랫동안 보상을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해 양 당사자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 총 24억2800만유로의 보상금은 전력회사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속화된 원전의 단계적 폐지로 생산하지 못한 잔여 전력량과 가동기간 연장을 위해 한 투자를 보상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전체 합의의 일환으로 회사들은 계류 중인 모든 소송을 철회하고 보상 약정에 대한 소송과 법적 구제도 포기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앙겔라 메르켈이 이끈 독일 보수연립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3개월 만인 2011년 5월 원전 17기 가운데 8기를 즉시 폐쇄하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폐쇄하는 단계적 탈원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계획은 독일 연방의회를 통과해 원자력법에 담겼습니다. 법에는 각 원전별 폐쇄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됐습니다.

원전업체들은 이에 반발해 독일 법원과 미국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수명보다 일찍 폐쇄하는데 따른 전기 판매수입 손실, 조기 폐쇄를 예상하지 못하고 시설 개선에 투자한 비용 손실을 보상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원전업체들은 강제적인 원전 폐쇄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종사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2016년과 2020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탈원전에 따른 손실 보상 관련 법규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원전업체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022년을 목표로 법제화된 탈원전 계획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탈원전에 따른 손실 보상금이 3조원이 넘는다는 것은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그만큼 경제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독일이 원전 폐쇄를 강행한 것은 한국의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의 시각에서 보면 어쩌면 바보같은 짓으로 보일 일입니다. 이들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개별 원전의 폐쇄 결정에 경제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탈원전계획 수립에 원전의 경제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장과 사고 위험 등 안전 문제와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눈을 감으면 아무리 낡은 원전도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전기의 생산원가와 판매단가만 따지면 낡은 원전을 가동하는 만큼 원전업체에 돈을 벌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결국 경제성을 기준으로 삼자는 말은 노후 원전도 폐쇄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말일 수 있습니다.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 연합뉴스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 연합뉴스

단계적 탈원전을 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하며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조기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이 입게 될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독일에서 벌어진 법적 분쟁을 보더라도 당연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개월 뒤 확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공급에서 제외”라고 밝히면서도 “내년 상반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폐쇄시기 등 결정”이라는 단서를 넣었습니다. 탈원전 로드맵에서 강조했던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빼버리고 ‘경제성’을 폐쇄시기 결정에 고려할 첫 번째 요소로 제시한 것입니다.

결국 경제성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감사원의 감사를 거치며 향후 원전 폐쇄 결정의 핵심고려사항으로 굳어진 듯합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 이후 계속가동 여부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에 따라 별도의 기준을 만드는 중입니다. 한수원이 ‘탈원전 로드맵’에서 이미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사업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감사원의 권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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