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숯 연료를 파는 아이티 여성.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 등은 2030년에도 지구인 가운데 21억명 가량이 숯과 석탄과 같이 더럽고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저급 연료를 취사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강조되고 있지만 세계 인구 6억7000여만명은 2030년에도 전기조차 없이 지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엔 산하기구들이 추정한 이 전기 미접근 인구수는 지난해 예측했을 때보다 1000만명 늘어난 것이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향한 진전 속도의 둔화를 시사한다.
세계은행(World Bank)·국제에너지기구(IEA)·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세계보건기구(WHO)·유엔통계국(UNSD) 등은 최근 함께 발표한 ‘SDG7 추적: 에너지 진보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하고, 국제 사회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SDG7 달성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SDGs는 ‘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약자로, 유엔이 2015년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설정한 17가지 목표로 구성돼 있다. SDG7은 이 가운데 7번째 목표인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목표를 말한다. 나머지 주요 목표는 △빈곤 없음 △기후행동 △좋은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양성 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불평등 축소 등으로 설정돼 있다.
보고서를 보면 지구인 3명 가운데 1명 꼴인 24억명은 지금도 가축의 배설물이나 숯, 석탄과 같이 연소할 때 심한 연기나 유해가스를 방출해 건강에 해로운 저급 연료로 취사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약 7억명은 누구나 콘센트에 플러그만 꽂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전기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2억명이던 세계 전기 미보급 지역 인구가 2020년 7억3300만명으로 감소하면서 전기 보급률은 83%에서 91%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보급률 증가 속도는 2018년을 기점으로 둔화됐다. 2010년~2018년 사이 연 평균 0.8%포인트였던 것이 이후 2020년까지는 연 평균 0.5%포인트 꼴로 줄어든 것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특히 전기 보급 속도가 느려 세계 전기 미보급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71%에서 2020년 77%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의 영향과 함께 전기 미보급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세계 전기 보급률은 2030년에도 92%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이후 10년 동안 단 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란 얘기다.
깨끗한 취사연료 보급도 비슷한 상황이다. 깨끗한 취사연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는 2000~2010년 사이 거의 30억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24억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금보다 강화된 노력 없이는 2030년에도 여전히 지구인 21억명이 깨끗한 취사용 연료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깨끗한 연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인구 증가가 아시아 지역에서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상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집행이사는 “코로나19에 의한 충격이 전기와 깨끗한 조리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향한 최근의 진전을 역전시켰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제사회의 거대하고 혁신적인 금융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세스코 카메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사무총장도 국제사회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달성하는데 8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외된 7억3300만명이 청정에너지에 접근하도록 하려면 국제 공공 재정을 더 빨리 흐르게 하고 더 공평한 방식으로 분배하는 급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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