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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준 적용을” “그럴 필요없어”…고리2호기 수명연장 논란

등록 2022-10-17 16:14수정 2022-10-17 20:15

고리2호기 노심손상빈도 ‘1000만년에 158회’
최신원전 대상 ‘1000만년에 100회’ 기준넘어
“수명연장땐 최신원전 적용 기준에 맞춰야”
“해외 수명연장때도 최신원전 기준 안맞춰”
내년 4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 운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발전소 2호기(왼쪽). 오른 쪽은 영구 정지된 1호기이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 운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발전소 2호기(왼쪽). 오른 쪽은 영구 정지된 1호기이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서 원자로 성능 목표치인 노심손상빈도가 최신 원전에 적용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애초부터 최신 원전보다 낮게 설정돼 있는 원자로 성능 목표치를 수명 연장을 한다는 이유로 최신 원전 수준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기준을 반영하도록 한 규정을 들어 현재 상태로 수명 연장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은 고리 2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에 따라 이어질 나머지 원전들의 수명 연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국감자료로 제공한 고리 2호기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PSR)에서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CDF)가 ‘1.58×10^(-5)/년’(1000만년에 158회)이어서 규제기관의 성능 목표치를 만족한다고 밝혔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는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에 필요한 핵심 자료로 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도 제출됐지만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심손상빈도는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 내리는 중대사고가 발생하는 빈도로, 원전이 초래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를 통해 도출된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의 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은 노심손상빈도 ‘1.0×10^(-4)/년’(1000만년에 1000회) 미만을 성능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2016년 말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 이후 원전에 대해서는 10분의1(1000만년에 100회)로 강화된 목표치를 설정했다. 킨스의 원전 규제기준에 따르면 신고리 3호기 이전에 지어진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는 1000만년에 1000회만 넘지 않으면 된다. 한수원이 고리 2호기가 원자로 성능 목표치를 여유 있게 충족한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수명 연장을 위한 평가는 경우가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수십 년 전 기술로 지어져 설계 수명을 다한 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면 최신 기술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계속 운전을 위해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할 때는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노심손상빈도는 국내 규정에 따라 신고리 3호기 이후 원전에 적용하는 노심손상빈도 기준 1000만년에 100회 미만을 충촉해야 한다. 고리 2호기 노심손상빈도 158회 그대로 수명 연장을 하는 것은 안전성 기준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연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1000만년에 158회 꼴인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가 지금은 규제기준 위반이 아니지만, 수명연장을 하려고 할 때는 규제기준을 어기는 것이 된다는 얘기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현재 노심손상빈도가 규제기준을 충족하지만 수명 연장 과정에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양이원영 의원실이 파악한 결과를 보면, 2015년 2월까지 1000만년에 959회로 평가됐던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는 지난 4월 1000만년에 158회까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평가 자료의 신뢰도 향상과 이동형 발전차를 비롯한 각종 이동형 사고대응설비 도입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노심손상빈도를 더 낮춰 신고리 3호기 기준에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법령의 규정은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해 안전성을 평가하라는 것”이라며 “수명연장을 위해 노심손상빈도 기준까지 바꿔야 한다는 것은 엑셀 승용차를 제네시스 승용차로 개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해외 원전의 수명연장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킨스도 한수원 쪽 설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킨스는 <한겨레>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신고리 3호기 이후 원전에 적용되고 있는 성능 목표치는 기술기준 변경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 아니라, 기존 원전보다 향상된 기술 수준을 반영한 신규 원전에 처음부터 구분해 적용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장동주 킨스 심사총괄실장은 “고리 2호기와 같은 오래된 원전에 설정된 노심손상빈도 성능 목표치가 과거 기준이고 신고리 3호기 이후 원전에 설정된 성능 목표치가 최신 기준인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성능목표치 모두 2016년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변함 없이 적용되고 있는 최신 기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리 2호기에 신고리 3호기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양이원영 의원은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가 1000만년 당 959회에서 158회로 개선되었다지만 신뢰도 데이터 개선과 이동형 사고대응설비 반영만으로 6배에 가까운 개선을 보였다는 것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며 “설사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최신 기술기준 적용 여부는 이미 승인된 수명 연장 허가까지 뒤집을 수 있는 중요 문제여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결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허가 취소를 판결하면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취소 사유의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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