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노출되면 폐암과 뇌종양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캐나다 맥길대 제공
산불에 노출된 사람들한테서 폐암과 뇌종양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11일(한국시각) “20년에 걸쳐 캐나다인 200만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 10년 안에 산불 50㎞ 범위에 거주한 사람들은 더 멀리 사는 사람들에 비해 뇌종양 발병률은 10%, 폐암 발병률은 4.9%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의학저널 <랜싯지구보건> 이날 치에 실렸다.(DOI :
10.1016/S2542-5196(22)00067-5)
기후변화에 따라 산불은 앞으로 점점 빈번히 발생하고, 지속시간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중금속, 방향족 탄화수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페놀, 초미세먼지 등 많은 인체 발암물질이 배출된다. 이들 오염물질은 대기뿐만 아니라 물, 토양, 실내 환경도 오염시킨다. 지난 3월초 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평소보다 최대 20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이 건강이나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지난해 8월 과학저널 <
환경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신 기간에 산불 연기를 마신 임신부들의 조기출산율이 최고 6% 이상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9월 <랜싯지구보건>에 게재한 논문에서 산불로 인한 초미세먼지 오염 탓에 세계 43개국 749개 도시에서 해마다 3만3510명이
조기사망한다고 분석했다. 논문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로 인한 조기사망이 36개 도시에서 해마다 77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산불 노출과 암 발병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콧 웨이첸틀 맥길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산불은 해마다 비슷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산불이 점점 더 지구 차원의 건강 문제로 인식돼 가고 있음에도 산불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파악이 안 돼 왔다. 이번 분석은 산불 지역에 인접해 사는 것이 특정 암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연구”라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1996∼2015년 캐나다 보건과 환경 집단조사(코호트) 통계에서 인구 150만명 이상 도시 거주자, 10년 내 이민자, 25살 이하 또는 90살 이상을 배제한 성인 200만명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연간 이주 통계를 바탕으로 거주지 중심 반경 20㎞ 또는 50㎞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조사하고, 노출 기간을 3년, 5년, 10년으로 나눠 분석했다. 또한 1986∼2015년 30년 동안의 산불 통계를 기초로 했다.
연구팀은 산불 발생과 발병 사이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폐암, 뇌종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백혈병 등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대상 통계에서 폐암은 4만3천건, 뇌종양 3700건, 비호지킨림프종은 1만2천건, 다발성 골수종은 3900건, 백혈병은 7700건이 발생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지난 10년 동안 50㎞ 범위에서 산불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과 뇌종양 발병률이 높았지만 백혈병 등 혈액암과의 상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20㎞ 범위의 경우에도 결과는 비슷했으며, 고농도 오염물질에 노출됐을 경우나 저농도일 때나 결과는 유사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