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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2년 전 태풍때 원전 6기가 멈춰섰다…‘더 세진’ 힌남노, 괜찮을까

등록 2022-09-05 18:01수정 2022-09-06 01:23

2020년 9월 마이삭·이선 태풍때 원전 6기 정지
힌남노 원전 통과때 예상풍속 마이삭보다 거세
태풍해일 최대파고 10m 해안방벽보다 높을수도
한수원, 감사원 요구 방벽대책 4년 넘게 미완으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항 방파제 뒤로 파도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항 방파제 뒤로 파도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피해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 ‘힌남노’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태풍의 중심 경로에서 가까운 원전단지의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북상 중인 힌남노의 중심부는 6일 오전 1시께 제주를 지나 오전 6∼7시께 경남 통영·거제 인근 남해안으로 상륙했다가 경북 포항 지역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로대로면 국내에 있는 모든 원전이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폭풍 반경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가운데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포함해 모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는 부산시 기장군 고리 원전단지와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를 포함해 모두 6기의 원전을 보유한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단지는 특히 태풍의 중심 예상 경로에 근접해 있어 우려가 높다.

원전은 인간이 만든 어떤 시설물보다도 지진이나 강풍 등 자연재해에 안전하게 지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는데다, 태풍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가 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9월 초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통과할 때 신고리 1·2호기와 고리 3·4호기, 월성 2·3호기 등 원전 6기가 잇따라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다에서 강풍에 실려 날아온 소금기가 전력설비에 붙어 고장을 일으킨 것이 주 원인이었다. 태풍이 몰고온 강풍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원전에서 충분히 예상해야 했을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결과라는 점에서 ‘인재’였다. 원전 전력설비의 절연 성능만 강화해놨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사고였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사고 뒤 전력설비를 염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스 절연 밀폐형 설비로 바꾸는 등의 대책에 나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 개선 작업이 한빛 1호기 한 곳에서만 아직 진행 중이고 다른 곳에서는 다 끝났다”고 말했다. 2020년 태풍 때처럼 강풍으로 날아온 소금기에 의해 전력설비가 고장나는 상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가 어떤 피해를 일으키게 될지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2020년 9월3일 새벽 마이삭의 중심부가 고리 원전 인근을 통과하던 당시 중심부 최대풍속은 초속 39m, 나흘 뒤 하이선이 월성 원전 인근을 통과할 때의 중심부 최대 풍속은 초속 35m였다. 하지만 힌남노가 몰고 올 바람의 위력은 이보다 더 강력할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더한다. 기상청은 5일 오전 6시에 발표한 ‘태풍 현황 및 전망’에서 “6일까지 대부분 지역에 최대순간풍속 20~40m/s, 특히 제주도와 전남남해안, 경남권해안에는 40~60m/s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다”고 밝혔다.

높은 파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상청은 태풍이 고리 원전 인근을 통과할 6일 오전 부산 앞바다의 파고를 3~9m로 전망했다. 기상청의 파고 전망치는 최대 파고가 아니라 파도 측정값 상위 3분의1에 해당하는 파고의 평균치다. 실제 최대 파고는 9m 이상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파도가 고리 원전 앞에 설치돼 있는 해안 방벽을 넘어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수원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폭풍해일에 대비해 고리 원전 앞에 해안 방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높이가 해발 10m에 불과해 강풍으로 해수위가 상승한 가운데 높은 파도가 치면 바닷물이 넘어와 부지를 침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 탈핵단체 쪽에서 나오는 우려다. 고리 원전의 부지 높이는 해안 방벽보다 낮은 해발 5.8~9.5m에 불과하다.

고리 원전이 10m 높이의 해안 방벽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은 감사원에서도 인정한 사안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8년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를 통해 고리원전 앞 최고 해수위가 100년 만에 한 번 꼴로 올 수 있는 기록적인 태풍 때 최대 17m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태풍 때 바닷물이 방벽을 넘어와 원전이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한수원은 해안 방벽에 대한 수리모형실험을 실시해 적절한 침수 예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이후 4년이 지나도록 감사원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20년 설계기준 초과 극한 자연재해 상황에서 원전의 안전을 따지는 스트레스 평가에서 해안방벽을 포함한 고리 2호기 앞 최고 해수위를 8.89m로 평가한 뒤 “최고 해수위가 부지고(부지 높이)보다 낮아 침수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수원의 2020년 스트레스 평가에서 나온 해수위 8.89m는 2018년 감사원이 분석한 최고해수위의 최소값(9.5m)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2018년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수행 중인 모델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 테스트는 그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진행된 것”이라며 “모델링 결과가 나오면 또 거기에 따라 후속 조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태풍이 스치기만 해도 외부 전원상실을 두번이나 겪었던 고리 원전의 변전시설이 과연 이번 태풍에 멀쩡할지 궁금하다”며 “이번 태풍이 진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조교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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