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안전공사와 경찰, 소방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2019년 5월24일 강원도 강릉벤처 1공장 옆 수소탱크 폭발사고 발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경영진에 여권 정치인을 잇따라 선임해 논란인 가운데,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신임 비상임이사들을 모두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를 앞장서 헤쳐가야 할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대한 ‘비전문 낙하산 인사’에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사가 지난 9일 비상임이사 5명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이사 3명의 후임으로 임명한 이사들은 모두 가스 안전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내세울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로 드러났다. 교체되기 전 전임자 3명은 모두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공사가 제출한 ‘비상임이사 임명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새 비상임이사 3명의 이력을 확인한 결과, 이들 가운데 2명은 국민의힘에서 활동해 온 인사들이었다. 정송학 이사는 기업인 출신으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으로 민선 4기 광진구청장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국민통합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임세빈 이사는 농업인단체 출신으로 충남 보령시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가 구성한 농어업상생발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다른 신규 임명 비상임이사인 김경록 이사는 화폐금융학 박사 출신으로 미래에셋캐피탈 부사장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금융 전문가다.
정일영 의원은 “이번 가스안전공사 비상임이사 지원자 중에는 정부기관의 통합적 재난대응체계와 위기관리 매뉴얼 연구 등 재난안전체계 발전을 위한 활동에 힘쓴 경력자도 있었으나 탈락했다”며 “국민의힘 출신 두 상임이사의 프로필에 기재된 농어업상생발전위와 국민통합특위의 위원장이 모두 여당 재선 국회의원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은 점”이라고 말했다. 두 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례대표의원인 정운천 의원이다.
반면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돼 이번에 교체된 기존 비상임이사 3명은 전 한국전력 충북본부와 해외사업본부장, 소방방재학과 교수와 행정안전부 컨설팅위원, 기계 안전 진단에 필요한 시스템과 솔루션을 구축하는 안전 관련 기업체 대표로 모두 에너지와 안전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일영 의원은 “전문성을 갖춘 기존 비상임이사들이 비전문가와 여당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교체된 것”이라며 “에너지 대란 상황임에도 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에 도를 넘는 낙하산 인사 임명을 계속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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