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래된 에너지 위기가 유럽연합에서 도리어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속화되는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싱크탱크 ‘엠버’는 2월28일(현지시각) 발표한
재생에너지 분석 보고서(Fit for the future, not Fit-for-55)에서 2030년까지 유럽연합 재생에너지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2021년 7월 유럽연합은 역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로 낮추기 위한 ‘핏포55’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고, 이 가운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애초 32%에서 40%로 높인 바 있다. 엠버의 이번 전망은 이 상향된 목표치를 웃도는 것이다. 엠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유럽연합의 대응은 에너지 녹색 전환을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 축소,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위기 상황이 오히려 유럽연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공급 가속화를 주도한 요인으로는 태양광 발전 급증이 꼽힌다. 엠버는 “지난해는 유럽연합에서 태양광 배치의 기록적인 해였다”며 “2021년에 견줘 47% 증가한 40GW(기가와트) 이상의 새로운 태양광 설비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실제 유럽 태양광 부문 협회인
솔라파워유럽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유럽연합은 41.4GW의 태양광을 설치했고 이는 2021년에 설치된 28.1GW보다 47% 증가한 용량이다. 특히 옥상 태양광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개선된 투자 조건과 소규모 기술의 신속한 적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엠버는 “태양광의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태양광 설비 용량에 대한 핏포55 목표도 (당초 2030년보다) 4년 이른 2026년에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일, 스페인에서 가장 큰 (태양광 설비) 확대가 예상되고,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상 풍력의 발전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엠버는 “현재 개발중인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설비 용향은 70.5GW로 핏포55 해상 풍력 목표(66GW)에 필요한 용량을 이미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소비 절감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등 세 가지 정책목표를 담은 ‘리파워EU(REPowerEU)’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40%에서 45%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프랑스, 폴란드 등이 반대해 45% 상향은 유럽연합의 정책 목표에 담기지 못했다.
이 보고서의 주저자인 엘리자베스 크레모나 엠버 에너지 분석가는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촉구했다. 그는 “(2030년) 재생에너지 40% 목표는 의욕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45% 목표에 대한 유럽연합의 약속은 기후 목표를 청정에너지 기술의 새로운 추세와 일치시키는 데 필요한 최솟값”이라고 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번달에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에 대한 최종 협상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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