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모건 독일 국제기후행동특사·전 그린피스 사무총장 인터뷰
제니퍼 모건 독일기후행동 특사가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주한 독일대사관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독일이 16일부터 탈원전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탈원전에 대한 반대론도 높은 것 같다.
“핵은 안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비싸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독일은 모든 것을 검토했고 탈원전을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독일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고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경우 다시 원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에서 5%까지 내려갔다. 현재 우리는 완전한 핵 폐기를 이행 중이다. 이런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더 속도를 낼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원전은 기후변화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7년 내로 배출가스를 2분의1로 줄여야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신속하게 더 저렴하고 더 안전하고 확실한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데, 유럽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공기가 연장되고 비용도 올라서 부분적으로는 경제적 이유로 중단한 경우도 있다. 원전을 계속 지으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나오는 우란(우라늄의 독일식 표현) 의존도가 높아지게 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해결책이 아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추진해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가 등 주변국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문제만 봐도 원자력이 왜 미래가 될 수 없는지 잘 알 수 있다. 당연히 지속 가능한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독일은 깨끗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그린피스 사무총장 때 “21세기에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는데.
“지금은 그린피스 사무총장이 아니고 독일 정부 특임관으로 있다. 나는 당연히 일본이 주변국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주변국들에게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고,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한국 정부가 산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일부 덜어주면서 국제협력을 통한 국외 감축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현실성 없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6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목표는 한국처럼 외국에서 상쇄하는 부분 없이 전적으로 국내에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오프셋(상쇄) 방법은 문제가 많다.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복잡하고, 감축량이 이중으로 계산될 수 있는 등 문제가 많다는 보고서들이 있다. 적용하기 위한 국제표준도 아직 없다. 파리협정 제6조에 대략적 내용이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아직 없다. 내가 알기로는 국가감축목표(NDC) 대신에 배출권을 사오면 안 된다. 어떤 식으로 국가 목표를 달성할지는 자국이 결정해야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가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는데, 늦지 않게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인데, 아이피시시는 우리에게 2030년까지 배출량을 2분의1로 줄이는 데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행이 중요하고 리더십이 중요하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에 굉장히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이 이슈가 다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대통령도 가시면 우리 숄츠 총리를 만나 한국과 독일이 함께 탈탄소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28)가 열리는데 여기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 같은가?
“두바이 회의는 최초의 ‘글로벌 스톡테이크’(Global stocktake·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을 점검하는 과정) 회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파리에서 결의했던 목표들이 달성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살펴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굉장히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1.5도가 우리의 목표지만 현재 대로 가면 2.6도 상승이 예상된다. 따라서 전환 로드맵을 통해 빈틈을 메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한국 시민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과 독일은 유사점이 많다.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점도 있지만 경제 구조도 굉장히 비슷하다. 그래서 양국의 협력이 좀 더 심화됐으면 좋겠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지금은 굉장히 시간적으로 절실하고 리더십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통령과 독일의 총리가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세계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와 탈탄소는 도전이자 기회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