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 등을 달궜던 이상 고온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기상청이 발표한 4월 기후특성자료를 보면, 지난달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았다. 특히 강원 영월·동해, 전남 장흥·순창 등은 30도에 육박하는 이례적인 더위가 찾아온 날도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3.1도로 평년(12.1℃±0.5)보다 1도 높아, 본격적으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9번째로 기온이 높은 4월을 기록했다. 특히 상순과 중순 높은 기온을 보였는데, 상순 평균기온은 12.3도로 역대 2위, 중순은 13.8도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한여름 날씨를 보인 곳도 있어 19일에는 강원도 영월 일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20일 전남 장흥 지역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4월 일최고기온(29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 시기 강원 동해, 경남 산청 등 여러 지역이 28~29도를 찍으며 때 이른 더위를 기록했다.
2023년 4월 상순~중순 동아시아 고온 및 우리나라 영향 모식도. 기상청 제공
올 4월 손에 꼽게 더운 날이 찾아온 이유는 4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이상적으로 발생한 고온역 때문이다. 이 고온역이 중국 남부지방까지 확장하며 찬 대륙고기압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으로 바뀌었다. 기상청은 이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는 가운데 따뜻한 남풍계열의 바람이 자주 불어 4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비가 적게 오고 황사가 자주 오는 등 건조한 날씨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전국 강수량은 66.3㎜로 평년(89.7㎜)에 대비해 73.6% 수준이었다. 비를 몰고 오는 저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자주 접근했으나 주로 우리나라 북쪽과 남쪽으로 치우치면서 강수량이 많지 않았다. 높은 기온과 건조한 대기로 산불 등 화재 위험이 큰 시기였는데, 11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강릉은 4월 평균기온이 15.3도로 역대 3위를 기록했고, 북강릉 지역은 역대 가장 비가 적게 온 4월(강수량 32.7㎜)로 확인됐다.
황사 일수는 5.4일로 평년보다 3.3일 더 많아 역대 7번째로 황사가 많은 4월이었다. 우리나라에 황사현상이 나타난 날은 11~17일, 21~23일로 두 사례 모두 황사 영향 하루 전 중국 북동부지방에서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저기압이 발생하면서 모래 먼지가 북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이 시기 하루 최대 황사농도가 723㎍/㎥(12일, 제주 고산)으로 기록되는 등 고농도 황사가 찾아왔는데, 이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 또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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