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가을비가 내린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삼천동의 산책로에서 공공근로자가 낙엽을 쓸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호우 특보’ 수준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가을 폭우 외에도 주말부터 다음 주 초반까지는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극값을 경신했던 높은 기온은 점차 내림세를 보이나 주말까지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비가 내린 후엔 기온이 전일 대비 5~10도가량 급격히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3일 오전 수시 브리핑을 열어 3일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4일에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천둥·번개·돌풍을 동반한 요란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상했다. 3일과 4일 예상 강수량은 중부 지방 최대 20㎜, 강원도와 남부 지방은 최대 40㎜, 제주도는 최대 5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6일에는 전국으로 비가 확대되고 강한 바람을 동반해 ‘폭우’ 수준의 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5일 새벽 남서쪽에서부터 비가 시작돼 오전에 전국으로 확대되겠다”며 “5일 밤부터 6일 오전 사이 특히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상했다.
5~6일 사이 내리는 비는 저기압이 중국 내륙 쪽에서부터 이동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며, 저기압의 이동 경로인 중부지방과 지형적인 요인이 더해지는 제주도 등에 최대 100㎜ 안팎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 지방에도 최대 60㎜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강수량은 20~40㎜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40㎜ 비는 물통으로 퍼붓는 수준으로, 운전 중에는 와이퍼를 사용해도 시야 확보가 어려운 매우 강한 비를 의미한다.
이 시기 100㎜ 수준의 비가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데, 2020년 11월18일께에도 느닷없는 폭우가 쏟아져 전국적으로 피해가 있었다. 박 예보분석관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낙엽에 의해 배수로가 막혀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강한 비바람으로 부산 지역 컨테이너가 쓰러지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3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해안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까닭은 현재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불어 올라오는 온난 습윤한 바람 때문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주말까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여기에 중국 내륙 쪽에서 오는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저기압 전면으로 따뜻한 공기 유입되며 온난전선이 형성돼 비가 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달 중인 엘니뇨(2~5년 주기로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경향적으로 엘니뇨 발달 시기에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고, 바람이 고기압 가장자리로 시계 방향으로 불면서 남쪽의 온난 습윤한 공기를 끌어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금처럼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다는 조건까지 겹쳐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져 늦가을·초겨울에 특히 기온이 높고 비도 많이 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북태평양 해수면 기온은 전지구적 기상 현상 가운데 하나인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에 따라 온도가 오르내린다.
한편, 이번 비는 6일 오전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 그치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의 영향으로 전일보다 5~10도가량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평년 기온(최저 2~11도, 최고 12~19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쌀쌀한 날씨는 8일 오전까지 이어지고, 이 시기 바람 또한 강할 것으로 예상돼 체감온도는 더 낮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오전에는 경기 내륙과 강원 내륙, 높은 산지 중심으로 는 곳에 따라 영하의 기온을 보이며 약한 비와 함께 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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