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오후 2시 기준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하반기 첫 발령이다. 한강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국의 겨울은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다.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많다)라고도 불린다. ‘삼한사온’(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전통적 표현을 바꿔부를 정도로 미세먼지는 한국 겨울의 두드러진 특징이 됐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편서풍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쪽에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겨울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한국의 대기가 뚜렷하게 깨끗해졌던 환희를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겨울철 미세먼지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동북아시아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정부는 ‘그때 그때 다르다’고 지적한다. 상황에 따라 △국내주도형 △중국 등 국외유입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국내 상황과 국외 유입 정도, 기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무작정 중국 탓을 하거나,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만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중·일 3국의 자발적 노력과 공동 연구, 공동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① 13~14일 미세먼지는 ‘중국발’ 아닌 ‘국내주도형’이었다
<조선일보>는 11월16일치 1면 머리기사에
<중국발 미세먼지 다시 시작됐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중국발 미세먼지 공포’는 언론에서 흔히 사용해 온 프레임이다. 2015년 한국언론학회에 <언론은 미세먼지 위험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 미세먼지 위험보도 프레임과 정보원 분석>을 발표한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2013~14년 이후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프레임의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이 입장을 수용했다. 설문조사 결과 중국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고 했다.
이번 미세먼지도 중국발일까. 일단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지난 13일부터 나타나고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발보다는 국내주도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12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는 대기정체가 주요 원인인 국내 주도형 사례로 분석된다”고 했다. “13일 오후 상층으로 국외 오염 물질이 일부 유입되어 국내 오염물질과 함께 축적되면서 농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대기 정체가 지속되고 오염물질이 재순환되며 고농도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실시간 대기오염도를 공개하는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와 환경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12일 PM2.5 최대 80㎍/㎥를 기록한 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꾸준히 초미세먼지 고농도를 유지해왔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없던 11~12일에도 대기 정체로 국내 미세먼지가 축적되어 있었고, 이후 중국에서 추가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대기 정체와 맞물려 이 지역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기간 서울의 평균 풍속이 초당 1.8m로 매우 약했다. 충남 서산과 천안, 세종 등은 평균 풍속이 초당 1m 이하로 매우 약했다. 대기 정체로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김영욱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세먼지를 중국탓으로 돌리게 되면 우리가 마땅히 해야하는 석탄 발전 중단이나 배출가스 저감 노력을 안 해도 되고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만 사면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보도는) 보수언론이 보여주는 중국 혐오와도 일정 부분 연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② 물론 중국 등 국외유입형 미세먼지 발생도 있다
중국 등 국외유입형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11~15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 등 국외 요인이 69~82%, 국내 요인이 18~31%였다고 분석했다.
이대균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편서풍대에 있기 때문에 100% 국내 요인, 100% 중국 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국산 미세먼지’와 ‘중국산 미세먼지’가 구분되는 점이 있다. 이 센터장은 “국내 주도형은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지역의 특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미세먼지가 북서쪽 서해 백령도부터 남동진하며 한반도를 전체적으로 훑고 지나간다”고 했다.
김영욱 교수는 “미세먼지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누구 탓을 하기 보다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기사가 요구된다”고 했다.
우리의 호흡기를 갑갑하게 하는 미세먼지의 국외 이동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중일 3국이 지난해 11월20일 공동으로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 보고서’ 주요 내용을 발표한
환경부 자료를 확인하면 된다. 3국이 공조해 연구한 가장 최신 자료다.
연구진이 2017년 한국 서울·대전·부산 총 3곳에서 측정·분석해 산출한 결과, 한국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한국 자체적 발생이 51%, 중국 32%, 일본 2%, 기타 15%였다. 평균 기여율만 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고농도인 상황에서의 기여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바다를 건너오며 수분을 품은 뒤 한국에서 자체 발생한 배기가스를 만나 더 위험한 초미세먼지로 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서로 연결된 문제이니 다같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중일 정부는 공동의 미세먼지 대응·연구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