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전주 국민연금 본사 등 전국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민간과 공적 금융을 포함한 국내 전체 금융 기관 중 석탄화력발전에 가장 많이 투자해왔던 국민연금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환경단체는 이 결정을 환영했다.
국민연금기금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투자정책서에 네거티브 스크린 조항을 신설하고 석탄채굴·석탄발전 산업을 포함하기로 한 ‘국민연금기금 투자제한 전략 도입방안(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은 탈석탄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을 도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탈석탄 선언을 시작으로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투자를 하지 않겠다. 투자제한 전략 적용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단계별 실행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단계별 실행방안을 적용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제도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규모의 연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세계적 추세인 ‘탈석탄’ 흐름에 동참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이 석탄 화력 발전 산업에 지원한 금융 규모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0년 동안 9조 9955억원으로 국내 공적 금융 중 1위였다. 보건복지부 산하로 운영되면서도 정부의 탄소중립 발표에 역행하며 석탄 채굴과 발전 등에 여전히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과거때문에 기후·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미 네덜란드 연기금 APG, 스웨덴 국민연금(AP) 등 세계 주요 연기금과 민간 금융기관은 탈석탄 선언을 하며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배제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탈석유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한 전 세계 투자기관은 총 1325개로 이들의 운용 자산만도 14조원을 넘는다. 한국에서도 공적·민간 금융기관 80곳 이상이 이미 탈석탄을 선언했는데 국내 큰 손인 국민연금의 선언은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금융 산업을 분석해 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늦었지만 국민연금의 탈석탄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금규모 860조 원,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라는 위상에 부합하는 기후행동을 ‘기후금융’을 실행해 나가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이 △2030년 내 기존 석탄발전투자를 완전히 철회하거나 최소화하는 단계적인 출구계획을 공표하고 △다른 금융기관과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진하고 확산시킬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에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환경 관련 중점 관리 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지정·공표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의 금융 위기를 방지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인 TCFD 지지를 선언하고 △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인 CDP에 서명기관으로 등재하고 투자대상기업들에게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2030년 내 주식·채권·대체투자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을 감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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